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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닉슨 방중 50주년, 중국이란 프랑켄슈타인 키웠다

1972년 2월 24일, 상쾌한 겨울 아침. 자신감 넘치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에 착륙한 후 에어포스원 계단을 성큼성큼 걸어 내려오자 저우언라이 당시 중국 총리 겸 외교부장이 악수로 그를 맞이했다.

이른바 ‘핑퐁외교’가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이후 미중은 1979년 정식 국교를 수립하고, 경제적으로 환상의 콤비를 이루며 밀월시대를 구가했다.

당시 미국의 최대 적은 구소련이었다. 미국은 구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을 미국의 편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다. 중국도 구소련과 사회주의 이념투쟁 등 사사건건 맞서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을 미국편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냉전에서 소련을 꺾을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세계사의 물꼬가 바뀐 순간이었다.

닉슨이 베이징을 방문한 때가 1972년 2월이니 올해로 꼭 50주년이다. 이후 미국은 중국산 저가상품 덕에 수십년간 인플레이션 없는 최장기 호황을 누렸고,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상품을 대거 수입해 주자 쾌속 발전해 미국의 아성을 넘보는 나라가 됐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집권 이후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하며 미국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이제 미국의 주적은 구소련이 아니라 중국이다. 미국은 러시아를 미국편으로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해야 할 형편이다.

닉슨 방중 50주년을 맞아 워싱턴의 강경파들은 닉슨이 중국만 키워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을 국제무대로 끌어내 발전하게 함으로써 공산당의 생명을 연장해주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지 않았더라면 구소련이 그랬던 것처럼 중국 공산당도 20세기에 망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21세기에도 건재하다. 미국은 중국을 발전시키면 중산층이 성장해 민주화에 대한 욕구를 분출시킬 것이고, 결국 공산당이 무너질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독재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실제 닉슨도 생전에 “내가 중국을 너무 키운 것 아닌가” 하는 후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의 대표 보수 논객이었던 윌리엄 새파이어가 닉슨이 사망하기 얼마 전인 1994년 그를 찾아갔다.

새파이어는 ‘미국의 중국 포용정책은 결국 중국 체제만 강화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닉슨의 대답은 “내가 프랑켄슈타인(괴물)을 만들어 낸 것 같다”였다.

닉슨의 방중 50주년. 미국은 중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구소련을 물리치고 미소 냉전을 끝냈다. 이후 세계유일초대강국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구소련을 대신하는 새로운 적 ‘중국’을 스스로 만든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