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는 4가지 방식’ 제하 보고서를 통해 결말을 전망했다.
결론은, 어떤 결말로 이어지든 미국과 유럽 동맹 및 파트너국과 전 세계는 이제 러시아와의 지속적인 대결구도로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된다는 것.
1. 드니프로강의 기적…우크라 ‘승’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지원에 힘입어 우크라이나 군과 시민이 끝까지 저항해 러시아군의 군홧발을 멈추고 젤렌스키 정부를 지켜낸다는 전망이다.
이 경우 러시아는 직접적인 전쟁 ‘계산서’와 함께 서방의 제재로 인한 경제 붕괴와 외교적 고립으로 인해 엄청난 전쟁 비용을 치르게 된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결사항전으로 주권과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걸 본 러시아 국민이 가만있을 리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제 내부 위협에 맞서야 하는 것이다.
반면, 나토는 더 단결되고 우크라이나는 더욱 서방과 가까워질 것이다. 그야말로 세계인이 바라는 ‘장밋빛’ 결말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유럽의 안보 상황이 전쟁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서는 짚었다. 러시아가 계속 푸틴 체제 하에 전체주의를 이어갈지 아니면 변화할지에 따라 러시아와 세계의 관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2. 괴뢰 정부 수립과 반군의 성장…’제2 아프간 전쟁’
러시아군이 결국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장악하고 젤렌스키 정부를 무너뜨린 뒤 괴뢰 정부를 수립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장렬하게 싸워온 우크라이나 군대와 국민이 항복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괴뢰 정부가 구성되면 군과 시민은 반군을 조직해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나토 국가들이 계속해서 반군을 지원할 것이고, 괴뢰 정부와 반군의 교전이 길어질수록 러시아의 재정은 고갈될 수 있다. 괴뢰 정부를 지원해온 러군이 패잔병처럼 철군하는 미래다.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1991년)를 가져온 아프가니스탄의 데자뷔, 이른바 ‘이길 수 없는 전쟁의 수렁’에 빠지는 것이다.
이 경우 러시아의 엘리트들은 푸틴의 판단력을 의심하고 대중은 국가 경제 상황과 입지 하락에 분노, 결국 푸틴의 국내 입지가 약화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3. 신(新) 철의 장막…유럽 안보 ‘뉴 노멀’
러시아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결국 젤렌스키 정부가 무너지고, 괴뢰 정부에 저항하던 반군마저 진압되는 ‘비극적 시나리오’도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작된 냉전의 양 진영을 가른 ‘철의 장막’이 다시 그어지는 것이다. 새 철의 장막은 벨라루스 위 발트 3국에서부터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까지 내려올 수 있다. 모두 푸틴이 나토를 향해 군 병력·미사일 철수를 요구해온 국가들이다.
이 경우 푸틴은 ‘서방의 경고대로’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하겠지만, 외부 권력만큼 내부적으로도 권력을 공고히 하면서 국내 반발을 더욱 강력하게 진압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나토가 그 어느 때보다 단결했지만, 한번 우크라이나를 넘겨준 이상 서방의 선택지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4. 나토-러시아 직접 충돌…3차 세계대전?
유럽 그리고 세계 질서의 미래에 있어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토와 러시아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로 확전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한 러시아의 무자비한 공격이 계속될 경우, 나토가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전쟁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있다.
또 러시아군이 ‘실수로’ 폴란드나 리투아니아 등 나토 회원국 영토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나토 헌장 5조에 명시된 상호방위 의무가 가동돼 30개국이 방어에 나서게 된다.
‘승리에 눈 먼’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더 광범위한 지역까지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 푸틴의 야망이 옛 소련 및 그 세력권 재건인 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3가지 모두 계기는 다르지만 결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려한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총질하는 세계 대전’ 시나리오다.
물론 이 4가지 시나리오 외에 다른 결말이 있을 수도 있다. 러시아 내에서 민중봉기나 쿠데타가 일어난다거나, 중국이 러시아의 지원을 강화 또는 약화하는 변수도 있다.
보고서는 “그 결과가 우크라이나와 세계에 어떤 의미를 지닐지는 두고 볼 일”이라면서도 “지금까지 초기 증거들로는 3가지 이유로 이 전쟁이 서방세계에 유리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최서윤 기자 sabi@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