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함은 없었고, 기표 용지는 뚜껑 없는 상자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7일 긴급 전원회의를 통해 “확진자는 오는 9일 선거일에 방역당국의 일시 외출 허가를 받아 일반 유권자들이 투표를 마친 오후 6시부터 자신의 투표 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는 방식으로 변경됐다”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일 진행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코로나19 확진·격리자의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이 제기된 바. 이날 확진자들은 오후 5시부터 투표가 가능했으나, 선관위의 준비 부족과 미흡한 절차 등으로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됐다.
당시 경기 수원에서 사전 투표를 했던 확진자 A 씨(31)는 “200여 명 넘는 사람들이 아픈 몸을 이끌고 나왔는데 1시간 넘게 추위에 떨었다”라며 “투표함은 없었다. 기표 용지는 뚜껑 없는 바구니로 옮겨졌다”라고 밝혔다.
A 씨는 “줄 서서 기다리는 앞, 뒤, 옆사람 모두 다 ‘죽겠다’라고 앓는 소리를 냈다”라며 “심지어 신분증이랑 개인 정보가 적힌 종이를 가지고 올라갈 때는 동행을 해야 한다더라. 그래서 관리자가 단 한 명도 안 남고 다시 또 사라진 채로 없어졌다. 너무 답답해서 직원한테 ‘종이를 달라’고 한 뒤 직접 사람들에게 나눠줬다”라고 했다.
이어 A 씨는 “남편이 화가 나서 건물 안으로 올라가 ‘관리자 누구냐’고 소리 쳤다”라며 “남편은 관리자를 향해 ‘따뜻한 데 이러고 있으니까 바깥 상황이 어떻게 굴러 가는지 모르냐. 아픈 사람들 세워 놓고 뭐하는 거냐’라고 화를 냈다”라고 전했다.
서울에서 사전 투표를 진행한 또 다른 확진자 B 씨(31)는 “5시에 바로 투표하러 나왔는데 이미 30명 정도 대기 중이었다”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B 씨는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제대로 분리된 상황이었느냐’는 물음에 “확진자는 밖에서 그냥 줄을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라며 “비확진자와 같은 출입구로 왔다갔다 했기 때문에 분리는 했지만, 분리가 안 된 상황이었다”라고 답했다.
또 B 씨는 “투표가 끝나면 직원이 봉인한 투표 용지를 가져가고 투명한 비닐 쇼핑백에 넣어서 옮겼다”라며 “투표함은 따로 있지 않았다”라고 회상했다.
B 씨는 “대부분 사람들이 1시간 이상 대기했다”라며 “대기하다가 집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었다. 확진자가 20만 명이 넘는 와중에 (선관위가)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안일한 대처인 것 같다. 아프시고 연로하신 분들을 위해 선별진료소처럼 임시 공간이라도 마련해 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확진자들의 사전 투표 경험담은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조윤형 기자 yoonz@news1.kr(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