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는 ‘지원’, 美는 ‘중재’ 요청… “적극적 개입은 피할 듯”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에 이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위기가 겹치면서 중국의 ‘몸값’이 오르는 분위기다.
러시아의 경우 현재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미국 등 서방국가로부터의 경제·금융제재 속에서 활로를 찾는 데 중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미 정부 또한 북한의 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저지하는 데 북한의 최중요 우방국인 중국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이 각각의 사안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할지에 국내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정찰위성 개발’을 명분으로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잇따라 실시했다.
그러나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이들 2차례 미사일 발사에 신형 ICBM ‘화성-17형’의 1단 추진체 등이 이용됐다는 분석결과를 근거로 “북한이 조만간 위성 발사를 가장해 화성-17형의 최대사거리 시험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의 신형 ICBM 관련
북한의 ICBM 시험발사는 지난 2017년 11월 ‘화성-15형’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북한은 2018년부터 ‘비핵화’ 문제를 화두로 우리나라, 미국, 중국, 러시아 등과 연쇄 정상외교를 벌였다.
그러나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 간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미 간 대화도 3년 넘게 가까이 중단된 상황이다.
여기다 북한의 ‘화성-17형’ 시험발사마저 현실화된다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접근 노력 자체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ICBM 발사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도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양제츠(楊潔篪)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을 만나 “북한의 ICBM 시험 관련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전하며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고 미 정부 고위 당국자가 전했다.
미 정부는 중국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열어 북한의 ICBM 개발 등 관련 대책을 모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중국 측 북핵수석대표인 류샤오밍(劉曉明)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이미 지난 11일 이뤄진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거론하며 미국 측에 ‘위기 해소’의 책임을 떠넘겼다. 중국 측이 북한 문제에 ‘관여’하더라도 미국 측이 원하는 방식은 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선 중국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중국에 무기 등 지원을 요청했다’는 외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중재’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중러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 중 하나. 양국은 새 시대를 위한 포괄·전략적 협력 관계를 계속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현재로선 중국이 우크라이나·북한 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중국 내부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도 변수”라며 “중국은 ‘무책임’ ‘무관심’이란 지적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행동을 취하면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듯한 모습은 자제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민호 기자 ntiger@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