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원칙 신뢰했지만 아프간서 철수”
“앞으로 이틀 동안 50번 (우버를) 몰면 95달러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우버를 몰고 있는 이 사람은 불과 7개월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약 60억달러(약 7조2930억원) 예산을 감독하던 재무장관이었다.
19일 워싱턴포스트(WP)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우버 기사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 할리드 파옌다(40) 아프가니스탄 전 재무장관의 사연을 보도했다.
파예드 전 재무장관은 버지니아주 우드브리지에 있는 자택에서 95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카불이 탈레반에게 함락당하기 일주일 전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과 마찰을 일으켜 재무장관직에서 사임했다. 파예드 장관은 당시 상황이 최악이었지만 정부가 무너지진 않으리라 예측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대통령의 신뢰를 잃었다고 판단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고 말했다.
파예드는 결국 미국에 건너온 후 지난해 8월15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우리는 비참하게 실패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가 지은 건 빨리 무너지는 카드집이었다”며 “우리 중 몇몇은 위급할 때도 도둑질을 선택하면서 국민을 배신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파예드는 아프가니스탄을 도우려는 열망으로 가득했던 젊은 시절을 회상했다. 지난 1992년 당시 11살이던 파예드는 내전으로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파키스탄으로 향했지만, 2002년 미국이 탈레반을 무너뜨리면서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왔다.
그는 미국이 민주주의, 여성의 권리, 인권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믿으며 미국 국제 개발청과 세계은행 등에서 근무했다. 아울러 2008년에는 장학금을 받고 일리노이 대학교를 다니기도 했다.
파예드는 2020년 그가 재무장관직을 제안받았을 때 이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입지를 확보하고 있었으며, 미국인들은 떠나고, 부패로 정부 수입은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가족들도 그가 재무장관직을 맡지 말길 바랐지만 그는 그럼에도 재무장관직을 수락했다. 그는 재무장관직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서 코로나19 기간 동안 200달러(약 24만원)짜리 인공호흡기가 없어 돌아가신 모친이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국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했다. 파예드는 미국의 결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미국이 수년 동안 주장해온 고결한 원칙들을 쉽게 포기했다는 것에 파예드는 큰 실망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확신이 “가짜”였음을 깨달았다고도 말했다.
그는 우버 뿐만 아니라 조지타운대에서 학기당 2000달러(약 240만원)를 받고 전쟁 및 재건 노력에 대해서 강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강의하는 이유가 돈 때문은 아니라며 미래의 국무부 관리와 구호 활동가로 일할 학생들에게 원조를 받는 쪽의 처지에서도 갈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파예드는 우버 앱을 끄고 집으로 향했다. 그는 6시간 동안 팁을 포함해 150달러(약 18만원)가 조금 넘는 돈을 벌었다. 평범한 밤이었다.
김민수 기자 kxmxs4104@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