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뒤 檢 공직자·선거범죄 수사권 폐지…”정치인들만 좋아” 1년6개월 만에 중수청 안착할까…”‘준비 하나도 안 돼 있어”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여야가 합의하면서 사실상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9부 능선을 넘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의 극심한 대립을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매긴다.
하지만 검찰뿐만 아니라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중재안에 대해 기존 검수완박 법안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번 합의가 국민보다는 정치인 자신들을 위한 ‘야합’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이번 합의에 따라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했던 6대 중요범죄의 수사권이 이번 합의로 폐지될 전망이다. 특히 공직자범죄·선거범죄를 포함한 4개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4개월 후부터 폐지된다.
다만 유예기간이 최대 1년6개월로 연장됐다는 점에서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소외된 것은 국민”…”정치인들만 좋아할 내용”
이호선 국민대 법대교수는 22일 뉴스1과 통화에서 “‘초복에 죽을 개가 말복으로 연기됐다’ 이 의미밖에 없다”며 “결국 소외된 것은 국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조차도 말을 못 해서 그렇지 정치인들을 보호하려는 혜택을 받고 싶었던 게 아닌가”라며 “묵시의 카르텔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는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송인호 한동대 법학부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일단 6대 범죄 중 4개 범죄, 그것도 공직자·선거 등 고위직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주로 대상인 범죄에 대한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당장 폐지하면 누구에게 좋은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일반국민 입장에서의 고민은 거의 보이지 않고 정치인들만 좋아할 내용의 중재안이니 여야가 바로 수용한 것”이라며 “당장 6월 지방선거 출마자 및 앞으로 정치인들은 선거 관련 검찰 수사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라 본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출신 양홍석 변호사도 SNS에서 여야 합의를 ‘야합’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중재안을 보니 정치인들은 일반사건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고 자기들이 수사대상이 될 만한 것들에 관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검찰 출신의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수사가 당장 완전 박탈이 안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중수청 설립 때까지 사실상 1년 6개월은 걸릴 것 같은데 그사이 검찰이 수사를 하고, 또 중재안이 의미가 없는 것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졸속’으로 인한 혼란 예상”…”검찰 수사권 넘기기 위한 여건 부족해”
검찰의 6대 주요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에 대한 대안이 마땅치 않아 수사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우선 중재안에 따라 당장 6대 주요범죄를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이 넘겨받기로 했는데 4개월~1년6개월이라는 유예기간 안에 제도가 정착될지, 또 새로 생길 중수청이 잘 안착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또 송치 사건에서는 보완수사를 허용하면서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를 금지한다’고 합의안은 규정했는데, 보완수사 단계에서 추가 혐의가 발견될 경우에도 수사할 수 없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개는 폐지해서 경찰로 넘기고 나중에 중수청을 설립하고 나머지 2개도 넘기겠다고 하는데, 넘기기 위한 여건과 준비가 하나도 안 돼 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예를 보더라도 신설기관이 자리를 잡는 데는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그런데 그걸 사법개혁특위를 만들어 6개월 내 설립하고 1년 뒤에 중수청이 다 가져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재심사건 전문으로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도 SNS에서 “‘졸속’으로 인한 ‘혼란’이 우려된다”면서 “혐의가 인정돼 검찰로 송치된 사건에서 추가 혐의가 발견됨에도 ‘범죄의 단일성,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수사를 못 하게 하는 게 말이 되는지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검찰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서 “곳곳에 위헌 규정도 많고 실무상 혼란도 전혀 정리되지 않았는데 4월에 급히 처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반드시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의 수사를 실효적으로 지휘하고 통제할 장치가 마련돼야 하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혜민 기자,김동규 기자,심언기 기자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