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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뉴욕주 맨하튼 소재 워싱턴스퀘어공원 일대에서 여성 낙태권 보장을 위한 집회 시위가 열렸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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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궁은 네 것이 아니다”…낙태권 번복 우려에 들끓는 전국

연방대법원이 전역의 낙태권을 인정한 50년 전 판례를 뒤집을 가능성이 커지자 사회가 들끓고 있다.

3일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 DC 중심가에 위치한 연방대법원 청사와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 청사 등 전국 곳곳에서 낙태권을 지지하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모여 의견을 표출했다.

워싱턴 DC 시위에 참여한 아드리안 버스비(40)는 “낙태 금지는 여성의 사생활 및 신체 자기결정권을 노골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2022년인데 이런 논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이건 퇴보”라고 말했다.

낙태합법화는 공화당과 민주당 간 반세기 묵은 논쟁이기도 한 만큼,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트럼프가 심고 나간 낙태금지 ‘싹’…’로 대 웨이드 판결’ 반세기 만에 뒤집힐 판

반세기 전인 1973년 1월22일 연방대법원이 내린 ‘로 대(對) 웨이드’ 판결로 낙태 합법화 길을 열었다. 주 별로 다르게 해석되던 ‘임신 24주내 낙태 허용여부’를 수정헌법상 사생활의 권리로 해석, 사실상 전역에 해당 기간 낙태 허용을 못 박은 것이다.

이후 사회가 낙태 찬반을 두고 첨예하게 갈리긴 했지만, 50년 만에 판례 취소 논란까지 빚어진 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뿌려둔 판결 번복 시도의 ‘씨앗’이 싹튼 결과다.

방아쇠가 된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8년 미시시피주가 제정한 낙태금지법이다. 당시는 공화당 우세주에서 낙태금지화 바람이 불던 시기다.

미시시피 낙태금지법은 로 대 웨이드 판례보다 제한된 기간인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전면 금지한 것은 물론, 강간이나 근친상간까지 예외로 두지 않아 논란이 됐다. 유일하게 인정한 예외적 허용 사유는 의학적 응급성이나 태아의 치명적인 기형 뿐이었다.

이에 위헌법률심판이 제기됐고 1심과 2심에서 모두 부당한 법률이라는 판단을 받은 뒤 대법원의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이다.

문제는 현재 연방대법원 성향이 대법원장 및 8명 대법관 가운데 보수 6, 진보 3명으로 균형을 잃은 상황이란 점이다. 현직 보수 성향 대법관 중 3명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임명됐다. 연방대법관은 스스로 사임하거나 사망하지 않는 한 평생 유지되는 종신직이다.

연방대법원은 작년 10월 미시시피주 낙태금지법 위헌여부 심리를 개시했고, 그 결과를 담은 판결문 초안이 지난 2일 폴리티코 보도를 통해 유출됐다. 원래 이번 3심 결과는 올 6월 나올 것으로 예상됐었다.

보도에 따르면 연방대법관들은 다수 의견으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처음부터 끔찍하게 잘못됐다”며 기각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낙태 문제를 국민이 선출한 대표에게 돌려줄 때”라고 판결문을 작성한 여성 대법관 새뮤얼 알리토는 주장했다. 미시시피가 주 재량으로 낙태 금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문건이 진위임을 확인했다. 그는 문건이 최종 판단을 대변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산 중이다.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뜨거운 감자’…바이든 “유권자들한테 달렸다” 호소

연방대법의 최종 판단이 나온 건 아니지만 언론에 유출된 문건의 진위가 확인된 이상, 이제 낙태권 찬반 논란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취소되고 미시시피주의 15주내 낙태 금지 재량권이 인정되면 다른 공화당 우세주에서는 더 극단적인 낙태 금지법 제정도 예상된다.

오클라호마와 텍사스처럼 낙태 허용 기간을 6주 내로 극히 제한한 주법이 실효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여성의 낙태권을 지지해온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좌파의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사법부를 향해 “여성의 (중절) 선택은 기본권이라고 믿는다”며 “우리 법의 공정성과 안정성은 법률을 뒤집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민들을 향해서는 “낙태권을 지지하는 관리들을 선출하는 건 유권자의 몫”이라며 “로 대 웨이드 판결 내용을 의회에서 입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입법화를 위해선 민주당 의석이 많아야 하는 만큼 힘을 실어달라는 의미다.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 청사 앞도 이날 “낙태는 인권이다. 투쟁하라”고 외치는 시위로 술렁였다.

케이틀린 베일리(35)는 “스스로 생식을 선택할 권리를 여성의 손에서 앗아갈 순 없다. 그건 환상”이라고 말했다.

미카엘라 파머(29)는 “낙태 금지는 경제적인 수단을 적게 가진 여성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권층은 낙태를 허용하는 다른 주로 가는 등 낙태할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머가 든 팻말에는 ‘내 자궁은 네 것이 아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한편 이날 낙태 찬성 시위대의 반대편에는 낙태 반대 시위대도 집결했다고 AFP는 전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이번에 유출된 논란의 판결문 속 알리토 대법관의 주장과 같이 “낙태 결정은 이제 주 정부로 돌아갈 때”라고 주장하며 보수층의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최서윤 기자 sabi@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