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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 경축 재외동포 초청 리셉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유독 미주총연 김병직 총회장 소개가 빠져 참석 회원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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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 왜 왔나? … 바닥친 미주총연 위상

적어도 1000명 이상의 재외동포들도 참석한 대한민국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과 부대 행사가 모두 끝났다.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가 취임식 전체 참석 인원의 5%를 재외동포로 채운다는 방침에 따라 많은 재미동포들도 단체, 개인 자격으로 초청되어 취임식을 포함하여 크고 작은 행사에 참석했다.

최근 극적으로 통합을 이룬 미주한인회총연합회(미주총연)는 김병직 공동총회장이 36명의(단톡방 회원 기준) 취임식 방문단을 이끌고 재외동포 정책 분야의 새 정부 유력 인사들과 수차례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연일 강행군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병직 방문단장은 “몇 년간 총연의 위상이 손상되어 있었는데 이번 통합이 되어 동포사회의 대표기관인 것을 알리는데 목적이 있다”고 단톡방에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통합을 이루었음에도, ‘최근 땅에 떨어진 미주총연의 위상만 재확인하는 행사’로 끝났다는 평가에 뒷맛이 씁쓸하다.

방문단의 취임식 참석 후 주요 행사 일정은 ▼ 10일 – 나경원 전 의원 간담회(프레스 센터), 우리것 보전협회 초청 만찬 ▼ 11일 – 권성동 원내대표·김석기 의원·조태용 차기 주미대사 예정자·김영근 재외위원회 부위원장과의 간담회, 국무총리 초청 리셉션,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주최 만찬 ▼12일 – 김덕룡 전 의원과의 만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간담회, 황교안 전 국무총리 간담회 ▼ 13일 – 오세훈 서울시장 간담회 등이었다.

그런데 앞으로 미주총연과 협업을 펼쳐나가야 할 주요 정치인과의 만남인 권성동 원내대표·김석기 의원·조태용 차기 주미대사 예정자와의 간담회(11일 오전 11시)가 무산되어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무산된 사유는 그분들의 주요 일정이 겹쳤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중 한 사람도 참석치 않고 세 명 모두 펑크를 낸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주총연 위상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방문단에게 가장 중요한 행사가 펑크는 났지만 김병직 총회장은 김영근 재외위원회 부위원장에게 그동안 협조해준 공로로 감사패를 전달했다.

미주총연의 위상은 국무총리 초청 리셉션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께서 예정도 없이 참석하여 ‘재외동포청 설립’ 실천을 약속했을 정도로 이날 리셉션은 모국과 재외국민들 간 호혜적 관계 발전을 통해 대통령의 뜻이기도 한 ‘지구촌 한민족 공동체’ 구축에 크게 기여한 행사였다.

이날 밤 12시를 기해 사임하는 국무총리의 마지막 외부 행사로 기록될 이 자리에서 김부겸 총리는 박진 외교부 장관 지명자,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김석기 국민의힘 재외위원장, 김기현 전 원내대표, 김한길 인수위 국민통합위원장 등 국내 정치인과 재외동포 대표로 참석한 심상만 세계한인회총연합회장, 여건이 재일민단 단장, 진안순 전 중서부한인회연합회장을 직접 소개했다.

하지만 많은 미주동포 방문단을 대표한 김병직 공동총회장의 호명은 끝내 없었다. 게다가 미주동포사회를 대표해 진안순 회장이 건배사를 하자 여기저기서 진위 파악에 웅성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외교부 장관과 재외동포 이사장 등 실질적 협업 관계에 있는 정치인들이 있는 자리에서 정작 ‘미주총연’이 서 있을 곳은 없었던 것이다. 그저 열심히 애쓴 김 총회장과 방문단원들이 안쓰러울 뿐이다.

“너, 그리고 나는 여기 왜 왔나?” 아까운 시간을 쪼개어 따라다니며 취재 활동을 벌였던 나로서는 이런 질문만 수 없이 나왔다.

대통령 취임식 전야제 행사에서는 박균희 전 총회장이 윤 대통령과 기념촬영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아직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이번 미주총연 방문단에 직전 총회장이 함께 했다면, 그리고 워싱턴 총영사관에서 분규 해지 공문이라도 나왔다면 한국 정부로부터 이런 푸대접을 받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김병직 회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한인회장들은 15일 라스베가스 임시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여행 가방을 싸고 있다. 총회에는 200여 명의 회원들이 이미 참가 등록을 하여 성황이 예상된다.

어쩌면 통합총연 앞날에 큰 전환점이 될 이번 총회에 직전 회장단도 참석시켜 정통성을 이어갈지, 준비위의 정치적 역량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진정한 ‘하나’가 되지 못해 미주동포사회와 한국 정부로부터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기를 부탁드린다. 아직 분규 단체 해제를 하지 않고, 푸대접을 일삼는 한국정부에 따지기 전에 말이다.

아무리 ‘수익자 부담 원칙’이라지만 단톡방에 오른 이 공지사항 하나로 방문단 참여율을 저조하게 만들었다는 자체 평가가 나왔다.

하이유에스코리아 강남중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