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버팔로의 한 슈퍼마켓에서 10명의 생명을 앗아간 총기 난사 사건의 범행 동기가 ‘백인우월주의’에 입각한 인종차별인 것으로 드러났다.
AFP통신에 따르면 16일 총기 난사 현장에서 체포된 피의자 페이튼 젠드런(18)의 180페이지에 달하는 범행 관련 성명이 사건 직후 발견됐다.
성명에는 피의자 스스로를 파시즘을 신봉하는 백인우월주의자라고 칭했다. 그는 2019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모스크 두 곳에서 51명을 살해한 백인우월주의 무장괴한에게 영감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횡설수설하게 적힌 성명에서 젠드런은 “가능한 한 많은 흑인을 죽인다”고 적어놓는 등 백인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출했다.
이 같은 증오의 배경에는 권력층이 백인 인구를 줄이기 위해 유색인종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유입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자리해 있었다.
실제 지난 12월 AP-NORC 여론조사에 따르면 모든 공화당원 중 거의 절반이 이민자들이 원주민들을 대체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범행을 저지른 방법 역시 뉴질랜드 무장괴한의 것을 따랐다. 젠드런은 범행현장으로 가는 장면을 모두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는데, 뉴질랜드 총기 난사 사건 범인도 온라인 생중계를 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지금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그 동영상에서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총 10명이 숨진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젠드런은 다소 소심하고 ‘은둔하는’ 성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인해 18개월 간 온라인 수업 및 소셜 미디어에 국한된 공간에서 사람들과 상호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 취재에 의하면 젠드런의 반 친구들은 그가 대체로 조용하고 심지어는 은둔했다고 묘사했다. 온라인 강의에서 대면 강의로 전환되는 시점에도 온라인 강좌를 선호했다고 반 친구들은 말했다.
고립된 상태에서 그는 범행을 계획해 나갔다. 사법 당국은 젠드런이 자신의 미래 계획을 ‘살인 및 자살’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신과 진단을 받았을 당시 그는 농담이었다고 주장했고 며칠 뒤 석방됐는데, 얼마 안 있어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젠드런은 범행 전 음모론 사이트에 공격 계획, 목표물 선택, 무기, 기타 장비와 뉴질랜드 무장괴한이 했듯 헬멧에 장착된 카메라로 어떻게 라이브 스트리밍을 할 것인지 등을 자세히 기재했다.
그는 “뉴질랜드 무장괴한의 라이브 스티리밍이 없었다면 서구가 직면한 진짜 문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라며 계몽된 듯 글을 적기도 했다.
앞서 젠드런은 뉴욕 이리카운티 버팔로에 위치한 한 식료품점에서 총기를 난사해 10명을 숨지게 했다.
당시 방탄복과 헬멧을 착용한 범인은 시민들을 향해 무작위로 소총을 발사했고, 당국은 증오범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서영 기자 seol@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