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ICBM 시험 준비 완료… “언제 도발해도 이상하지 않아”
한미 군 당국이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을 맞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제7차 핵실험 등 대형 도발 가능성을 염두하며 최고 수준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이날 “오늘(20일) 오전까지 북한의 주요 핵·미사일 시설에서 도발이 임박한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언제 무력행동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라고 판단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도 동해 상공엔 오전 일찍부터 미 공군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이 출격해 대북 경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코브라볼’은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를 탐지하거나 그 궤적을 추적하는 임무에 특화된 정찰기로서 현재 일본 오키나와(沖縄)현 소재 주일미군 가데나(嘉手納) 공군기지에 1대가 순환 배치돼 있다.
미군은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20~22일 한국·22~24일 일본)을 앞두고 거의 매일 ‘코브라볼’ 1대와 공중 급유기 1대를 동해 상공으로 보내 장시간 임무를 수행토록 하고 있다.
또 야간엔 미 공군의 다른 정찰기 RC-135V ‘리벳조인트’가 한반도 상공에 출격해 군사분계선(MDL)에 인접한 수도권 인근 서해 상공 및 강원도 북부와 동해 상공을 동서 방향으로 왕복 비행하며 대북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정찰·감시자산을 이용해 최근 북한이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화성’ 계열 ICBM에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액체연료 ICBM은 통상 연료 주입 후 3~4일 이내에 시험발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나라 땅을 밟는 이날, 그리고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21일 전후로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감행할 가능성이 충분하는 게 군과 정보당국의 공통된 평가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전날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어 바이든 대통령 방한과 북한의 도발 준비 움직임 등을 점검했다.
북한이 ICBM을 쏠 경우 최근까지도 관련 시험이 이어져온 평양 순안국제공항 일대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ICBM 시험발사 외에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추가 핵실험 준비도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 실제 무력도발을 벌일 경우 도발 성격에 따라 정상들의 일정을 변경한 뒤 연합방위태세 지휘통제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 경우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함께 군 지휘통제소(벙커)로 이동해 북한군 동향과 한미연합전력의 대비태세 등을 보고받고 양국 군의 후속 대응을 지시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북한의 도발로 한미연합방위태세 지휘통제시스템이 가동되면 한미 당국의 규탄 성명 발표와 함게 연합전력의 미사일 요격훈련 및 전투기 출격 등 대응 화력시위가 잇달아 진행될 전망이다. 또 대북 경고 차원에서 미군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될 수도 있다.
앞서 미국은 2017년 9월 북한의 제6차 핵실험 직후에도 B-1B ‘랜서’ 전략폭격기 2대와 F-15C 전투기를 통해 북방한계선(NLL) 북쪽의 국제공역을 비행하도록 한 적이 있다. 7차 핵실험이 현실화될 경우에도 이보다 낮지 않은 수준의 행동이 예상된다.
현재 서태평양 일대엔 미 해군 원자력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과 ‘에이브러햄 링컨’, 강습상륙함 ‘트리폴리’ 등이 전개돼 있다. 또 주일미군 사세보(佐世保) 해군기지엔 강습상륙함 ‘아메리카’가 대기 중이다.
우리 국방부에 따르면 이종섭 장관은 지난 18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의 통화에서 강력한 연합방위태세 유지 방안을 협의하면서 미 전략자산 전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도 도발의 정치적 목적을 최대화하기 위해 시점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한미 정보당국은 지금 당장 북한이 군사행동을 해도 탐지하고 대응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