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 미주한인회총연합회(미주총연) 임시총회 및 합동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통합미주총연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졌다.
‘공동 총회장 체제’라는 차선책(次善策)으로 어렵사리 통합은 이루었으나 그동안 적지 않은 회원들로부터 이합집산(離合集散)이라고 평가 절하를 받아오던 통합총연이 앞으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된 것이다.
미주총연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이번 성공적인 행사의 배경에는 근 한 달 동안 준비에 만전을 가한 김만중 공동총괄본부장을 비롯한 32명의 준비위원들의 노고, 그리고 새 감투를 둘러싸고 계파 간 ‘집단이기주의’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꼽고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공은 “우리는 하나”라는 슬로건 아래 원근 각지에서 뭉친 200여 명의 회원들이 세웠다고 본다.
행사장 보이지 않는 곳(Behind Story)까지 꼼꼼히 살펴본 결과, 이번 대회의 주인공이자 미주총연의 주인인 그들의 ‘하나 된 모습’이 미주총연의 앞날을 밝게 해주었다.
◇ 이제 ‘통합미주총연’의 흥망성쇠는 국승구·김병직·서정일 등 세 분의 리더십에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2023년 12월31일까지 한 분은 내치를 담당하고 다른 한 분은 외치를 한다는 이른바 ‘이원집정제’는 강력한 ‘1인 체제’에 익숙한 회원들에게는 아직 낯설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마치 맛있는 ‘비빔밥’을 만들듯, 애초 ‘하나’였던 그들을 다시 하나로 조합시키지 않으면 대 내외적인 미주총연 위상 제고와 제30대 서정일 총회장 체제의 탄생은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 줬으면 한다.
전임 지도자들의 잘못으로 ‘오합지졸’처럼 흩어져 있는 회원들을 하나로 조합시키는 데는 ‘소통’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오죽하면 현대의 정치를 ‘소통의 정치’라고 표현하겠는가.
동부에서 서부까지 비행기로 5시간 이상 걸리고 시차만도 3시간이나 차이가 나는 이 넓은 미국 땅에서 곳곳에 흩어져 있는 회원들과 소통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다행히도 국승구·김병직 공동총회장은 각각 서부와 동부권에, 그리고 서정일 이사장은 중부권에 거주하고 있어 역할 분담만 잘 한다면 전체 회원들과의 소통은 원할할 것이다고 본다. 물론 찾아가는 대면 소통이다.
또한 지역 한인회를 대표하는 8개광역한인회연합회와의 소통도 중요하다. 지역 한인회를 일일이 찾아가는 것이 힘든 형편에 광역연합회에서 행하는 크고 작은 행사에 참석하여 축사하고 격려금도 전달하면서 소통을 한다면 미주총연의 위상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차피 선거비용도 들어가지 않았고 공탁금도 그대로 가져가지 않았는가.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데, 지금처럼 지갑을 닫고 다닌다면 총회장으로서의 위상 제고는 요원할 것이다.
◇ 라스베가스 임시총회가 회칙개정 등 비교적 성공리에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자 미주총연에 대한 주미대사관의 ‘분규단체 지정 해제’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임시총회에 참석했던 현직 한인회장들로부터 현장 분위기를 자세히 알아보는 등 총연 관할 공관인 워싱턴총영사관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로부터 인정받는 게 “뭣이 그리 중한디?”라고 말하지만, 국무총리로부터 면전에서 호명 받지 못하는 등 ‘단체 분규 해제’는 미주동포사회의 권익창출 차원에서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당장 ‘2022 한인회장대회’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전세계 한인 리더들의 모임인 이 한인회장대회를 위해 재외동포재단 주최 ‘제1차 운영위원회’가 지난 5월 4-6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렸지만 정작 미주총연은 참석하지 못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동포(250만)와 한인회(200여 개)를 가지고 있는 미주총연이 참석하지 못한 것은 분규 단체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손해를 보면 누군가는 그만큼 이익을 본다는 ‘제로섬 게임 법칙’처럼 미주총연이 분규단체로 지정되자 솔직히 타 대륙별 총연에서는 은근히 반기고 있을 지도 모른다.
멕시코 운영위원회엔 북미주를 대표하는 미주총연은 없었고, 총회장이 앉아있어야 할 자리에는 대신 2022 세계한인회장대회 공동의장인 유제헌 재유럽한인총연합회장, 유영준 중남미한인회총연합회장이 앉아 회의를 주도했다. 그리고 세계 500여 개 한인회를 관할하는 세계한인회총연합회장은 심상만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 회장이 맡고 있다.
◇ 그동안 통합총연에 대한 가장 큰 불만 사항이었던 ‘현 이사장 차기 총회장 자동 승계’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임시총회를 통해 이 조항에 대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이제 차기 미주총연을 이끌어 갈 조직 인선도 거의 마무리된 것 같다. 이원집정제를 운영할 신임 임원들께서는 회원들이 자신들에게 맞지 않은 옷이지만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차선책’이기에 통합총연을 인정하고 힘을 실어줬음을 잊지 않길 바란다.
윤석열 정부에서 재외동포청 설립을 약속 하는 등 열심히 일할 여건은 아주 좋다. 회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다시는 분열의 흑역사 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부디 작금의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이유에스코리아 강남중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