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차례 미사일 발사 땐 관영매체 보도 안 해 “코로나19 때문” 해석… 최근 ‘안정세’ 강조해 주목
북한이 5일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관영매체들이 지난 5월 이후 유지하고 있는 미사일 발사 ‘미보도’ 행태가 이번에도 반복될지 주목된다.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9시8분부터 약 35분 간 평양 순안 일대를 포함한 4개 지역에서 총 8발의 SRBM을 동해상을 향해 발사했다.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는 올 들어 18번째 무력도발이며, 지난달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뒤론 3번째다.
그러나 과거 북한은 미사일 발사 뒤 그 사실을 조선중앙통신·노동신문 등 관영매체 보도를 통해 공개해왔으나, 지난달부턴 관련 보도가 중단됐다.
북한은 지난달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시작으로 같은 달 7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1발, 12일 초대형방사포(KN-25) 3발, 그리고 25일 ICBM 1발 및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의 시험발사를 잇달아 실시했지만 북한 매체들은 이 같은 사실을 전하지 않았다.
북한의 각종 무기체계 개발과 시험은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역점을 두고 있는 ‘국방력 강화’를 선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란 점에서 북한 매체들이 연이은 미사일 발사를 보도하지 않은 건 ‘이례적’이란 평가가 많다.
이와 관련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단 점에서 주민들의 반발 등을 우려해 미사일 발사 관련 보도를 자제하는 것일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북한이 아직 (코로나19 관련) ‘최대 비상방역조치’를 종료한다고 선언하지 않았다. 내부적으론 코로나19와 싸우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라며 “이와 동시에 미사일을 쏜 것을 선전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인 이날 미사일 ‘무더기’ 발사와 관련해서도 보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단 얘기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 주민들로선 코로나19로 여전히 고통 받는 상황인데도 계속 미사일을 쏜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며 “이번에도 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5월12일 주민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사실을 처음 공표했으며, 동시에 코로나19 의심환자로 추정되는 발열환자는 4월 말부터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 관영매체들이 미사일 발사 사실을 보도하지 않기 시작한 시기와도 겹친다.
다만 최근 북한 당국이 일일 신규 발열자 수가 감소 추세에 있음을 부쩍 강조하고 있는 데다, 한미 당국 또한 북한의 무력도발에 따른 강경 대응 의지를 밝히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의 미사일 발사 ‘미보도’ 기조가 다시 바뀔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4일 오후 6시까지 24시간 동안 북한 전역에서 7만3780여명의 발열자가 새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일 신규 발열자 수는 이틀째 7만명대를 유지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와 미국·일본 정부는 지난 3일 서울에서 한미·한일 및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잇달아 열어 북한의 무력도발에 따른 대응 방안을 협의했고, 2~4일엔 일본 오키나와(沖繩) 동남쪽 공해상에서 미 해군 원자력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이 참여한 한미 연합 해상훈련이 실시되기도 했다.
홍 실장은 “북한은 지금 (코로나19가) ‘안정세’인 것처럼 표현하고 있고, 관리 가능하다는 듯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생산 부문도 다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다”며 “북한이 코로나19 유행을 일상적 차원에서 받아들이기로 했다면, 한미훈련 대응이라는 명분을 살려 이번 미사일 발사를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