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주범엔 ‘열돔 현상’…다음주 초 더위 사그라들듯
미국 남서부 지역의 기온이 섭씨 49도까지 치솟는 등 한동안 치명적인 폭염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은 기후변화로 20년간 대가뭄을 겪고 있는데 무더위까지 겹치며 폭염과 가뭄 간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상태다.
9일(현지시간) CNN·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국립기상국(NWS)은 “미국 남서부 일부 지역의 기온이 섭씨47도(화씨 117도)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캘리포니아, 네바다, 애리조나주(州) 3000만 명 이상의 주민들은 주말 동안 폭염 경보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위는 지난 8일 텍사스 일부 지역에서 시작돼 이날 캘리포니아로 확대될 전망이다. 텍사스 주요 도시는 섭씨 37도(화씨 100도)가 넘는 고온이 예상되며, 라스베이거스는 섭씨 42도(화씨 109도)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 사이에 있는 데스 밸리(Death Valley) 국립공원은 섭씨 49.4도(화씨 121도)까지 치솟는다. 이는 1994년 세운 일일 최고 기온인 섭씨 48.8도(화씨 120도)를 깨는 기온이다.
남부 캘리포니아와 서부 네바다 지역에는 오는 11일까지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전문가들은 폭염의 주범으로 열돔(Heat Dome) 현상과 20년에 걸친 대가뭄을 꼽았다. 열돔 현상은 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반구형(돔) 형태로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두는 것을 일컫는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강한 고기압이 라니냐와 결합하면 열돔이 생성되기 쉽다”고 말했다. 라니냐는 동태평양의 적도 지역에서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일어나 생기는 이상현상이다. 페루 앞바다 깊은 속에서 올라온 차가운 물이 무역풍을 타고 태평양을 지나오면서 따뜻한 해류가 발생한다.
최근 수십 년 동안 동태평양보다 서태평양의 기온이 더 많이 올랐고, 상승하는 뜨거운 공기 중 일부가 육지로 이동한 뒤 가라앉으면서 돔을 만들었다는 게 NOAA의 설명이다.
광범위하고 기록적인 가뭄은 열돔 현상과 결합해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 토양이나 식물에 수분이 없으면 증발이 일어나지 않아 공기가 냉각되기 힘들다. 결국 라니냐가 열돔과 가뭄으로 이어졌고, 이 둘의 결합은 폭염으로 이어졌다.
피닉스 국립기상국은 다음 주 초 더위가 사그라들며 기온이 평년 수준으로 떨어지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제 막 여름이 시작된 만큼 폭염이 다시 찾아올 가능성도 크다. NOAA는 태평양 북서부와 북부 평원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6~8월 48개 주 모두가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NOAA는 서부 전역의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예슬 기자 yeseul@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