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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러시아 왕따시키고 싶은 바이든…뜻대로 안돼 골머리”

많은 나라들 “러시아와의 관계 못 잃어” 아프리카는 식량 원하고, 인도 등은 러시아와 관계 깊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고립시키기 위해 미국이 국제사회의 규합을 추구하고 있지만, 일부 국가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북미와 유럽, 동아시아에 걸친 반(反)러시아 동맹이 전쟁의 교착상태를 타개하기에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현실에 직면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브라질·이스라엘과 걸프의 아랍 국가들을 규합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와 외교적 압력에 동참시키려 했다. 그러나 이들 나라들은 주요 안보 사안을 놓고 미국과 협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대한 움직임에는 선뜻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바이든 외교적 도박에도 ‘관망자들’ 쉽게 안 나선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한때 자신이 ‘왕따'(pariah)라고 칭했던 사우디아라비아에까지 방문할 의사를 나타냈다. NYT는 이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보기 드문 외교적·정치적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주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로스앤젤레스(LA)에 방문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기 일주일 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연대를 선언한 ‘친푸틴’ 인사다.

하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러시아 관련 압박을 차단하려는 듯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고려할 때 우리는 신중해야 한다”며 넌지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브라질은 러시아와 그 동맹인 벨라루스로부터 비료를 수입한다.

브라질은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맞서 긴급 경제 협력을 발표한 브릭스(BRICS)의 일원이다. 브릭스에는 브라질과 러시아뿐 아니라 인도와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속해 있다. 중국·인도·남아공은 지난 3월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총회 결의안에서 기권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도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미국·유럽의 움직임에 동참해 달라고 각국을 설득하는 노력에 어려움이 있다고 인정한다.

서맨사 파워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처장은 “우리가 오늘날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형세를 관망하는 나라들(fence-sitter)에 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한 잔혹 행위들이 중립국들의 반러 연합 참여를 이끌어내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과 함께 반러 연대에 참여하는 이들은 유럽연합(EU)과 캐나다,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 등이다.

러시아는 이 연합이 더는 확장될 수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현대 사회에서는 특히 러시아와 같은 거대 국가를 고립시키는 건 불가하다”고 단언했다.

러시아 루블화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치가 폭락했으나 러시아가 중국·인도·브라질·베네수엘라·태국 등지에 에너지를 비롯한 상품을 수출하면서 어느 정도 가치가 회복된 상태다.

◇러시아와 절교 못 하는 이유

많은 나라들이 반러 연대에 동참하기 어려운 이유는 일차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 때문이다. NYT는 어떤 나라들에는 미국의 행보에 동참하는 게 생사를 좌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백만 명이 기근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그렇다.

미국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향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약탈한 곡물을 수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올해 기록적인 가뭄을 겪은 아프리카 국가로서 이에 고분고분 따르는 건 현실적인 선택이 아니다.

이 밖에 다른 나라들도 러시아에 무작정 등을 돌리기엔 아쉬운 게 적지 않은 입장이다.

인도는 냉전 시대부터 러시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석유·비료·군사장비 부문에서 러시아에 의존한다.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 하루 3만 배럴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무려 80만 배럴에 이른다.

일각에선 러시아산 원유가 인도에서 원산지 세탁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남아공 또한 냉전 시대부터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였다. 당시 소련은 남아공 내 반 인종차별 운동을 지지했다. NYT는 러시아와 남아공의 교역량은 많지 않으나, 남아공은 서구 식민주의와 초강대국인 미국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맹방인 이스라엘마저도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표명했지만 러시아에 대한 일부 제재에 불참했고 러시아를 대놓고 비판하지 않았다.

마이클 존 윌리엄스 시러큐스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인도와 브라질, 남아공처럼 전략상 중요한 핵심 중진국들은 저들의 전략적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아주 첨예한 경계선을 밟고 있으며, 단순히 미국의 편을 들 거라고 기대할 순 없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미국은 이번 전쟁이 서방의 승리가 될 것이라 믿는 반면, 러시아는 동쪽과 남쪽의 저개발국에서 이기고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강민경 기자 pasta@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