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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이라는 이유로 뺏긴 땅…100년 만에 후손에게 돌아갔다

100년 전 1000달러에 구매…현재가 260억원 “공원 조성하겠다” 강제 압류…수십년간 공터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당국이 약 100년 전 흑인 부부로부터 강제로 빼앗은 해변 리조트를 후손들에게 돌려줬다고 28일 BBC 등이 보도했다.

1912년 흑인 부부 찰스 브루스와 윌라 브루스는 로스앤젤레스 맨해튼 비치 인근 부지를 1225달러에 구매했다.

당시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에는 인종 차별이 여전히 존재했는데, 이들은 자신들과 같은 흑인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이 부지를 구입했다. 이후 브루스 부부는 브루스 비치(Bruce’s Beach)이라는 이름의 리조트를 지었다.

브루스 비치는 흑인들의 인기 휴양지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이곳에 흑인들이 몰려드는 걸 못마땅하게 여긴 백인과 백인들이 주를 이룬 지역 당국은 방해 공작을 펼쳤다. 바로 땅을 강제로 압수하는 것.

1924년 지역 당국은 “도로 및 기타 공공 건물을 만들 때 정부는 필요한 토지를 강제로 구매할 수 있다”는 법안에 따라 이 부지를 압수했다. 관계자들은 “공공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이 부지는 수십 년 동안 공터로 남아있었다.

브루스 부부의 후손들은 오랫동안 정의를 요구해 왔다. 2020년 6월 ‘브루스 비치를 위한 정의(Justice for Bruce’s Beach)’ 그룹을 설립했다. 브루스 가족의 요구가 현실이 된 데는 몇몇 당국 관계자들의 역할이 컸다.

캘리포니아 법에 따라 일반적인 토지 양도가 불가능하자, 스티븐 브래드포드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난해 4월 토지 양도를 허용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이 법안은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 주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개빈 뉴섬 주지사가 서명하며 효력이 발휘됐다.

토지 반환을 위해 마련된 발의안은 지역 당국의 조처가 성공한 흑인 부부를 몰아내기 위한 인종적 동기가 있는 시도였음을 인정했다.

로스앤젤레스시 당국은 윌라와 찰스의 증손자인 앤서니 브루스 가족으로부터 연간 41만3000달러(약 5억3600만원)에 부지를 임대할 예정이다. 또 임대 계약에는 향후 최대 2000만 달러(약 259억7000만원)에 부지를 매입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앤서니 브루스는 “이 날이 올 줄 몰랐다”며 “이는 다른 이야기보다 ‘덜 언급된’ 미국 역사의 한 부분이고,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시작이 돼야 한다”며 “이번 반환이 쓰나미를 일으키는 파도를 만드는 하나의 물방울이 되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김예슬 기자 yeseul@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