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식민지배·위안부 관련 과거사 문제有…북핵 대해선 협력해야 대중 강경파였던 아베에 중국 비난 여론 높아…SNS 조롱글 쇄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피격 사망해 각 국에서 애도가 쇄도한 가운데, 일본과 복잡한 과거사를 공유하는 한국과 중국은 반응이 복합적으로 나타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외국 정상들은 즉각 애도를 표했고 가까운 관계를 유지한 일부 국가는 조기 게양 계획을 전했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애도를 표하기는 했으나 시민들을 포함한 각국 구성원들 중 일부는 아베 전 총리 사망을 반기기도 하는 등 복잡다단한 심경을 표출했다. 일본의 20세기 제국주의 만행을 잊지 못해서다.
◇일본 제국주의 만행으로 가장 큰 타격 입은 한국, 아베와의 관계 훨씬 복잡해
WP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매우 복잡하다고 바라봤다. 특히 아베 전 총리는 일본이 한국인을 강제 노동에 동원한 사실을 경시했고, 일본 식민 지배가 오히려 한국 근대화를 도왔다고 주장한 점에 주목했다.
실제 아베 총리 시절이던 2015 일본은 한국과 협정을 맺고 전쟁 중 심하게 다친 여성들의 존엄과 명예를 인정했음에도, 여성을 강제 모집했다는 것을 부인했고 ‘성노예’였다는 것에도 이의를 제기해왔다.
또 2차 세계대전 전범들이 추도되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아베 전 총리는 일본의 전시 만행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에 대해 일본이 제국주의 시대 만행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비판해 온 한국의 대북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아베 전 총리 피격을 “용감한 정치적 테러 행위”라고 주장하는 등 과격한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북핵 문제를 고려할 때 일본과의 관계가 중요한 한국 정부는 늦게라도 아베 전 총리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한국은 일본과 북한의 핵무장체제에 대한 유대를 맺고 있다. 한일이 역사 문제로 갈등 관계이기는 하지만 북핵 관련해서는 협력을 해야 하는 것.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늦게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정치, 외교 문제에 있어 항상 아베 전 총리와 동의한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개인적인 신뢰의 유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대중 강경파였던 아베 죽음에 SNS상에는 ‘조롱’ 글 잇따르기도
대중 강경파였던 아베 전 총리에 대해서 중국 내부의 시선 역시 곱지 않았다.
아베 전 총리는 집권 시절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하는 것은 일본에 대한 중대한 위기를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발언은 중국인들의 반일 정서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중국은 홍콩, 대만, 마카오 등은 나누어질 수 없는 ‘하나의 중국’을 주장한다.
중국 소셜 미디어 이용자 사이에서는 아베 전 총리 죽음에 대해 환호와 조롱 섞인 글들이 도배됐다. 저명한 민족주의 인사들조차도 한 국가 전 지도자에 대한 존중을 보일 것을 촉구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중국 내 반일 정서가 큰만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민족주의자들을 자극하거나 소외하지 않으면서도 일본에 대한 외교적 예의를 유지하는 그 중간지대를 찾아내야 했다.
시 주석은 결국 아베 전 총리 피격 사망 다음날 조전을 보내고 애도를 표시했는데, 이는 한국보다도 늦은 것이었다.
WP에 따르면 시 주석은 애도를 표시하면서 아베 전 총리가 중일 관계 개선에 노력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중국 소셜 미디어에서는 아베 전 총리 죽음과 한 데 엮여서 조롱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서영 기자 seol@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