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의 상징이자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6.25 추모의 벽’ 제막식 행사가 26-27일 이틀 간의 일정으로 워싱턴 DC 일원에서 열렸다. 행사 기간 동안 진행될 내용을 꼼꼼히 숙지했다. 그 어느 취재보다 기대가 컸다. 두 번 다시 없을지도 모르는 추모의 벽 제막행사에 참여 할 수 있다니!
전야제 성격의 만찬이 열린 26일 저녁, 기대를 안고 호텔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예상치 못했던 장면에 당황했다. 명단에 없으면 입장할 수 없다고 했다. 일부 한인 인사들은 온라인으로 사전 등록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명단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온 것이다.
주최 측은 처음에는 입장이 안 된다고 하더니 나중에 이런저런 사람을 통해 들여 보냈는 데 만찬장에 들어가서도 좌석배치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렸다. 결국은 돌아가는 사람 없이 모두가 앉게 되었는 데, 왜 그렇게 축하하는 의미에서 행사장을 찾은 사람에게 매정하게 입장이 안 된다고 했는 지?
물론 나중에 알고보니 제막식과 만찬에 각각 참가 등록신청을 해야 했지만, 일부 한인들은 한 사이트에만 등록하면 두 행사 모두 참가가 가능한 것으로 안 것이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속담이 있지만 모르고 그랬다면 좋게 이해를 하면 될 것인 데 말이다.
제막식 행사가 열리는 27일 아침에도 기자는 발길을 재촉했다. 개회식이 오전 9시에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사람들은 7시부터 모여들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잠시 상황을 관찰했다. 6.25전쟁 참전용사로 보이는 데 휠체어에 탄 용사와 가족의 부축을 받고 압징하는 용사 등 80대에서 90대의 참전용사들이 드물지 않게 눈에 띄었다. 이 중에는 한인들도 있지만 모두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역사적인 현장을 찾은 것이기 때문에 높이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노년의 용사들이 찌는듯한 폭염 속에 2시간 정도를 앉아 행사를 치러야 했던 점이다. 참전용사들을 위한 주최 측의 배려가 부족했다는 느낌이 든다. 예우 차원에서 특별 텐트 설치가 아쉬워 보였다. 참전용사들을 옆에서 바라보니 더위에 지친 기색들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기자는 다행이 병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힐수 있었지만, 땡볕에 땀을 뻘뻘 흘리며 제막행사를 보는 노년의 참전용사들이 내내 눈에 밟혔다.
꼭 이 행사뿐만이 아니라, 일반 행사에서 약간의 아량을 베풀고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일을 진심으로 실천해 나간다면 좀 더 멋진 세상이 되지 않을까?
김성한 기자 saiseiko.k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