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소득 12만5000달러 차용인에 1만 달러 탕감 “5만 달러 탕감해야”vs”인플레·불평등 심화 우려”
미국 내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 조치가 오는 31일 만료될 예정인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학자금을 탕감해주는 추가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만 달러(약 1340만원)를 탕감해주는 조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미 정치권 내 격렬한 논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폴리티코 등은 바이든 대통령이 연간 소득이 12만5000달러(약 1억6700만원) 아래인 차용인에 대해 1만 달러의 학자금을 탕감해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코로나19 상황에서 구호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된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 조치도 연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계획의 세부 사항은 유동적일 수 있으나,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 조치가 오는 31일까지인 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이달 내로 관련 사안에 대해 입을 뗄 것으로 예상된다.
압둘라 하산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대변인은 “대통령은 8월31일 이전에 이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NYT에 전했다.
미국의 대학 학자금 대출의 규모는 1조6000억 달러(약 2144조4800억원)에 달한다. 현재 대학 학자금 융자 빚을 안고 있는 미국인은 전국적으로 약 4500만 명으로, 이 중 3분의 1은 1만 달러 미만, 절반 이상은 2만 달러 미만의 빚을 지고 있다.
‘1만 달러 탕감’이 현실화할 경우 학자금 차용인 3분의 1이 빚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이 방안은 좌파와 우파 양측에서 공격받을 가능성이 크다.
당초 2020년 대선 예비선거 때 약속한 ‘5만 달러(약 6700만원) 탕감’에서 한 발 후퇴한 조처인데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만큼 ‘인플레이션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불평등 해결에 불충분…”5만 달러 탕감해야”
앞서 일부 민주당원들과 진보 단체, 노동조합 등은 1인당 최대 5만 달러의 학자금을 탕감해줄 것을 촉구해 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부채를 청산하는 것이) 도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옳은 일”이라면서도 최대한 많은 학자금을 탕감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NAACP) 협회장 데릭 존슨은 “1인당 1만 달러의 부채 탕감은 학자금 대출의 인종적 불평등을 해결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며 “90%의 득표율을 기록한 흑인 유권자들을 이렇게 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학자금 탕감 조처가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보는 민주당원들도 다수 존재한다.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탕감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취지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운동 자문위원이자 하버드 케네디스쿨 정치연구소 여론조사 책임자 존 델라 볼프는 “(학자금 탕감 조처는) 정치, 정부, 우리 시스템에 대한 신뢰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악화될라…오히려 불평등 심화하는 대책
반면 공화당 측에서는 미국이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고, 경기가 계속 후퇴하는 상황에서 거액의 예산이 필요한 학자금 탕감 조치를 강행할 경우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공립대와 사립대 학생 간 부채의 차이가 존재하고, 학자금 융자를 가진 사람의 절반 이상이 대학원 학위를 소지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고소득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는 저소득 납세자들과 이미 학자금 대출을 상환한 사람들에게 부유층을 위한 고등 교육 비용을 충당하라는 것”이라며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고, 부자에게만 좋은 유인이 된다”고 비판했다.
미 하원세입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케빈 브래디 의원은 “내 이웃은 3가지 일을 하며 학자금을 충당했다”며 “이제 그들의 세금으로 다른 사람의 학자금을 갚아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1만 달러 탕감으로는 실질적인 효능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2005년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에서 행정학 학사를 취득한 크리스틴 맥과이어(40)는 “당시 2만4000달러를 빌렸지만, 이자와 수수료로 인해 빚이 5만 달러까지 늘었다”며 “1만 달러를 없애준다고 해도 빚진 금액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NYT에 전했다.
김예슬 기자 yeseul@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