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신문방송 편집인 협회 국제 심포지움 화상 참관기
10월 27일부터 29일 까지 2박 3일 동안 서울에서 기자에게는 매우 중요하고 특별한 연례행사가 열렸다.
재외동포 신문 방송(언론사) 편집인 협회의 온오프라인 국제심포지엄이 바로 그것.
기자가 이 단체 편집국 소속 기자이기도 한 사실은 매번 나가는 기사 끝 크레딧에도 명시 돼 있다. 우리 매체의 강남중 대표님이 회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6년부터 해마다 봄, 가을 2회씩 열린 이 국제 심포지움은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동포 언론인들이 모여 모국의 현안들에 대해 논의하고 다양한 주제 발표 및 초청 강연 등을 통해 국제화 시대에 걸맞는 언론인으로서의 소양을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장이었다. 거기다 동포 언론인들을 위해 제주도 강릉 여수 포항 등 국내의 명소에서 열리기에 그 여행의 맛도 정말 쏠쏠했다.
그러나 코비드 팬데믹으로 해외 참가자들의 대면 행사가 불가능해지면서 지난해 부터는 연 1회, 가을 행사로 이루어졌고 하이브리드 방식의 회의를 도입, 서울 참가자들은 오프라인, 해외 각지의 동포언론인들은 온라인 zoom을 통한 만남을 가져야 했다. 아쉬움이 많이 있기는 했지만 결과는 지난해에도 상당히 유의미했고 올해도 그랬다.
올해 2021년에는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부분들을 보완해 바다 건너 혹은 지구 반대편의 더 많은 참가자들과 만남과 그 어느때 보다도 유익한 컨텐츠로 3일간 뜻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역시 이번 심포지움에서도 zoom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줌’했으니 zoom은 이 팬데믹 시대, 만남과 지식에 목마른 이들에게 효자가 아닐 수 없다. 총 3일 동안 6개 세션에 걸쳐 이루어진 이번 심포지움은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영역’을 넘나드는 주제로 초빙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릴레이 강연을 펼쳐 지식의 ‘만한전석’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뉴욕에서 줌으로 참가한 기자는 다음날 일정 관계로 첫날 개막식과 둘째날엔 주제 발표를 끝까지 경청 하지 못했으나 마지막 셋째날엔 다음 날 이른 아침의 일정이 있음에도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한다는 나름의 의무감(?)에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해외 참가자들에겐 시차가 가장 큰 문제였다.
한국에서 열리는 행사에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싶어도 다들 현지에서의 생업들이 있기에 다음 날을 생각하면 마냥 앉아 있기도 어렵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으로 줌에서 마이크와 비디오를 중지시키고 조용히 자리를 뜨는데 참…바늘방석이 아닐 수가 없다.
다음번에는 운용의 묘를 살려 세션 사회 및 발제 참관 및 토론에 있어 해외 참가자들이 미안한 마음 안가져도 되도록 사무국에서는 일부분 획기적인 일정을 고려해 보는건 어떨까 생각해본다. 예를 들면 하루 주간, 하루 야간, 다음 날엔 주야간 이런 식으로 하면 공평하지 않을까.
이번 심포지움 발제들의 세부사항에 대해선 협회 회장이자 본보 대표기자인 강남중 회장이 직접 서울에 나가 행사에 참여하며 재바르게 스트레이트 기사로 이미 본보에 올렸으니 참조들 하시길 바란다.
기자는 웨이츄레스는 별로 였지만 음식은 맛있는게 너무 많았던 식당을 다녀 온 기분으로 이번 행사를 돌아보며 기억에 남는 발제 내용 몇 가지를 적어보고자 한다.
이번 재외동포 언론인 심포지움의 대주제가 재외동포 참정권이었고 첫째 날 뉴욕일보 정은실 부사장의 발제에서 좀 더 자세히 다뤄졌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아주 간결하면서도 내용있는 발표였는데 며칠 전 기자가 뉴욕 총영사관에 선거관으로 파견된 김오택 담당자를 만났을 때에도 그다지 높지 않은 재외선거인 등록 현황에 고심하며 분투하고 있다는 그의 말이 떠올랐다. 그 부분에 대해선 차후에 따로 다루기로 한다.
그리고 둘째 날 바이든 정부의 한반도 정책과 동포사회와 동포 언론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뉴욕 1660 k라디오 안동일 앵커의 발제가 기억에 남는다.
한국 정부가 대선에만 너무 몰입한 나머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속내에 너무나 무방비 상태라는 것이 요점이었다. 미국은 의도적으로 북이 레드라인을 넘게 하여 북한에 정밀타격도 계산하는 중일 수도 있다는 것. 복잡한 미국 국내 상황으로 수세에 몰려 있다시피한 바이든 행정부가 이 국면을 타계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북에 대한 정밀타격도 심중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재외 언론인들이 나서서 모국에 거듭 환기를 시켜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정밀타격…생각만해도 오싹하다. 그럼 북이 가만 있을까? 그럼 서울은…? 남한은…?
고국의 부모님과 형제들 친척들 친구들의 얼굴이 하나씩 스쳐가는 가운데 그럼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조급함 마저 느껴졌다.
그런데 그의 발제가 끝나고 토론자로 나온 박호성 국제 평화전략연구원 수석위원의 제안에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에겐 아미가 있습니다. BTS의 아미들이 호시탐탐 한반도에 전쟁이 나기를 바라는 미국 매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 또한 ‘한류’에 답이 있음을 확신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셋째 날 강의에서 경남대 국어과 김정우 교수의 발제(한국어 표현의 맛과 멋)는 미국의 매파도 잡을 수 있는 한류에 대한 현재의 높은 위상을 확인함과 동시에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했다.
요점인 즉 ‘한류를 모르면 거의 외계인 반열에 들어선 이 시기, 잘 나갈 때 조심할 것, 저 너머의 한류에 대해 고민할 시기’ 라는 그의 말에 내가 평소 한류에 대해 해 오던 고민의 윤곽이 조금 확실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현재 전 지구의 젊은이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한류가 k-pop, k-드라마, k-뷰티등 엔터테인먼트 쪽으로만 치중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열풍이 흐뭇하면서도 가슴 한켠에 자리하는 몇 프로의 허전함과 약간의 불안감은 나만의 것일까?
케이팝과 케이 드라마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되고 나아가 한국말을 배우게 되는데 뭐 그런 걱정을 하냐며 나를 노파심 가득 아줌마 꼰대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미국에서 만난 20대 동포 2, 3세들, 현재 우리 집에 잠시 와있는 시댁 남자 조카 녀석을 보건데 이들 또한 한류에 무척 열광적이다.
그런데 그들의 열광은 케이팝과 드라마, 화장품, 음식 등 연예, 소비 컨텐츠에만 국한된다.
케이팝 때문에, 한국 드라마 때문에 한국을 좋아하게 됐고 한국어를 배우게 됐다며 한국말로 이야기 하는 외국인들 만큼도 현지에서 만나게 되는 우리 동포 자녀들은 한국어 배우기에 우리의 기대만큼 열광적이지는 않다.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을 탓할 일만은 아니다.
이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가 엔터테인 중심의 한류에서 이제는 K-랭귀지, K-히스토리로의 실제적이고 실질적인 한류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한국노래, 영화 , 드라마로 발생된 관심과 호감이 언어와 역사배우기로 쉽게 이어져야 할 것 같다. 그럼 어찌해야 할까. 그건 나도 아직은 모르겠다. 진지한 연구와 모색이 필요한 때다.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의 ‘위기 앞의 한국 기후’ 라는 환경 관련 발제는 뉴욕 시간으로는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각에 배정 되있어 사실 졸면서 들었다.
“지금도 충분히, 이미 잘 살고 있으니 잘 사는걸 이젠 조금 줄여보자.” 라는 박병상 소장의 요점이라 하겠다.
자동차 안타고 에어컨 안틀고 쓰레기 가능하면 안 만드는 삶.
즉 삶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어 보자는 것인데 전부 다는 아니어도 일상에서 아주 작은 실천 하나씩 만이라도 하다보면 그 실천 수십억이 모여 지구가 치유되는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박소장의 발제 후 마지막 세션의 사회를 맡았던 재외동포 저널의 민경완 대표가 갑자기 “뉴욕의 안지영 기자 이번 발제에 대한 질문 해주십시오” 라는 말에 수업시간에 졸다가 선생님의 질문에 화들짝 놀란 학생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얼른 마이크 음소거를 해제 하고 자세를 고쳐 앉았으나 질문은 당췌 생각이 안나 그저 입으로 짧은 반성문을 썼다.
“지금 보니 펫트병에 든 생수를 앞에 두고 마시면서 이 강의를 시청했습니다. 기후변화의 위기, 탄소배출에 저도 단단히 한 몫 했단 생각이 들어 듣는 내내 가슴이 뜨끔했어요. 저는 가톨릭 신자입니다. 오늘의 강의를 계기로 이제 부터라도 생태적 회개를 하며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사족 같지만 회개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웨이트레스 타령이다. 웨이트레스 타령을 한 까닭은 해외 참가자들에겐 얼굴도 익숙하지 않고 진행도 대부분 중첩으로 미숙한 젊은 여성 사회자들의 대거 출연이었는데 기자의 눈에는 전체적으로 언밸런스해 보였다. 그것도 너 댓명씩이나… 지금은 KBS 이사장으로 영전한 남영진 교수의 지난해 사회와 사뭇 대비됐다.
올해 처음 참여한 어느 언론사의 서울 지사 소속 리포터 아나운서 들이라고 했다. 남자들이야 젊은 그들의 모습이 꽤나 예뻤는지 어땠는지는 몰라도 안 살림 맡아 하면서 홍일점 노릇을 했던 기자에게는 한마디로 ‘듣보잡’인데다가 복장 또한 요란했고 남자들이 헤하고 입을 벌리고 있는 것 같아 솔직히 속이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그 마음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런데 이글을 쓰다보니 마땅치 않았던 저들 웨이트레스(?) 들에게도 고마움 마저 샘솟는다. 정리해 보니 그만큼 이번 심포지움의 내용이 좋았다. 이구홍 소장님의 통계를 곁들인 동포사회 발전을 위한 주제 발표, 로창현 기자의 통일 네트워크론과 심상준 대표의 진솔한 토론, 이홍천 교수의 일본 언론에 대한 소개, 김상욱 대표의 생생한 홍범도 장군 소개 그리고 강남중 회장의 절절한 결의문, 그리고 대미를 장식한 김종수 선생의 활명 호흡법 까지… 저들은 운 좋은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말씀처럼…인식의 지평을 계속 넓힌다는 것은 기자의 의무이자 숙명이다. 스티븐 최지사장님 그리고 아우들, 우리 회의를 빛나게 해 줘서 고마워요.
뉴욕 안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