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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 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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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중 기자의 제2차 미 대륙횡단 여행기, “끝 없는 대평원을 가다”


매일 공원에서 ‘집밥’을 먹게 해 준 전기 아이스박스와 밥솥.

누구나 한 번쯤 꿈꾸어 보는 미국 대륙횡단 자동차 여행!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대외적인 교역(交易)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급자족(自給自足)이 가능하다는 ‘미국’. 미국이 왜 축복의 땅인지 네발(자동차)로 확인하고픈 필자는 2020년 9월 제1차 미국 대륙횡단 여행 이후 2년 만에 2차 대륙횡단에 나섰다.

지난 제1차 횡단 여행 코스는 페어팩스(VA) → 뉴올리언스(루이지애나) → 샌안토니오(택사스) → 칼스배드 동굴(뉴멕시코) → 화이트 샌즈(뉴멕시코), 세도나(애리조나) → 모뉴먼트 벨리(애리조나, 유타) → 그랜드 캐년(애리조나) → 후버 댐(애리조나, 네바다) → 자이언 캐년·브라이스 캐년(유타, 콜로라도, 뉴멕시코, 애리조나) → 라스 베가스 등 주로 서부 지역 국립공원 위주로 했다면, 이번엔 3억5천만 명의 미국인은 물론이고 전 세계인을 먹여 살리는 중부 곡창지대를 가보기로 했다.

미 중부 곡창지대는 프랑스어로 ‘프레리(초원)’라고도 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의 ‘흑토’ 지역과 아르헨티나의 ‘팜파스’와 함께 세계 3대 곡창지대이다.

미국의 중앙 지역에 펼쳐진 광활한 초원지대(대평원)은 가도가도 끝이 없다. 그냥 말로 넓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밀밭, 콩밭, 옥수수밭, 대지를 노랗게 물들인 해바라기밭. 도랑이 있는 구릉지대에 열심히 풀을 뜯고 있는 검은 소 무리들…

지식으로만 알던 ‘지평선’이라는 개념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하루 온종일, 다음날 온종일, 또 다음날 온종일, 여러 개의 주 접경을 지나도 똑같은 풍경이다. “콩밭 메는 아낙네는 보이지 않고 물 뿌리는 관수기와 농약 치는 노란 비행기만 보였다.

대평원 중간에는 이런 타작기계와 곡물 저장소가 드문드문 눈에 띈다.

평소 아들에게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심어주기를 원했던 필자는 아들의 여름휴가 기간(8/3~8/10)에 맞춰 7박 8일간의 자동차 여행 계획을 세웠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 물가에 되도록 지출을 줄인다는 계획으로 호텔은 적립된 카드포인트를 사용하여 여행 거리에 맞춰 미리 예약하고, 식사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 이외에 점심, 저녁은 거의 모두 미리 준비해 간 쌀, 밑반찬과 고기로 호수를 끼고 있는 파크에서 해결했다. 이런 바베큐 시설은 공원마다 잘 구비되어 있었고 요즘 새로 나온 전기 쿨러(아이스박스)가 효자 노릇을 했다. 이 전기 아이스박스는 자동차 안에서도 작동 가능하다.

참고로 자동차로 5,000마일(약 8,000Km)에 달하는 이번 우리가족(아내와 아들) 3명의 여행 경비는 휘발유 값과 파크 입장료 이외에는 별로 들어간 곳이 없다.

여행 반환점을 저명한 미국 대통령 4명의 상(像)이 조각되어 있는 사우스다코타로 정한 우리의 여행코스는 페어팩스 → 스포키마운틴(Pigeon Forge) → 내쉬빌 →세인트 루이스 →캔사스시 →Omaha →Sioux City →Rapid City → 블랙힐스 국립공원(대통령 조각상) → Sioux Falls → 밀워키 → 시카고 → 영스타운(Ohio) →페어팩스로 주로 미국의 젖줄인 미시시피 강줄기를 끼고 있는 고도(古都)를 둘러보는 것으로 택했다.

첫날 7시간을 운전하여 테네시주 피전포지에 도착한 우리는 다음날 아침부터 스모키마운틴을 트래킹 했다. 스모키마운틴 국립공원은 미국의 국립공원 중 1년 방문자 수가 가장 많은 곳답게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최고봉인 Clingmans Dome에서 바라본 스모키 마운틴은 금강산 12000봉처럼 많은 산들이 구름 너머로 내려다 보였다. 이날 우리는 무시무시한 맹독사 ‘Rattlesnakes’와 흑곰을 마주치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보통 워싱턴에서 출발하는 2박 3일 스모키 마운틴 관광 상품에는 ‘Dixie stampede dinner show’, ‘Lost sea’ , ‘Ruby falls’, ‘Rock city’ 관광 등이 포함되어 있다. 피전포지는 마운틴리조트 도시로 실내 놀이 공원, 밀랍인형 박물관, 레이싱카 등 어린이를 위한 각종 시설이 잘 완비되어 있고, 유럽풍의 게틀린버그도 스모키 마운틴의 대표적 관광지로 문샤인 위스키가 유명하다.

스모키마운틴 정상에서 내려다 본 끝없는 산봉우리들.
세인트루이스의 명물, The Gateway Arch

다음날 테네시주 주도인 Nashville을 거쳐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도착했다.

버드와이저(맥주)의 고향 세인트루이스는 미국 독립선언 이후의 역사보다 약 백년 이상 길 정도로 오래된 도시로 서부로 가는 관문도시(The Gateway City)로 불리었다. 미시시피 강변에 있는 높이 192 m 의 Gateway Arch: (게이트웨이 아치)는 미국의 가장 높은 인공 기념 건축물로 뉴욕의 자유 여신상 보다 2배나 높다.

한때 김광현 선수가 뛰었던 세인크루이스 카디널스의 홈구장인 부시 스타디움을 먼발치에서 구경한 후 캔사스시에서 저녁을 먹고 네브래스카주 최대 도시인 오마하(Omaha)에 여장을 풀었다.

오마하는 미시시피강과 미주리강을 마주하고 있어 농축산물 가공업이 발달해 있으며, 미국 핵미사일 공격을 총지휘하는 미국 전략사령부 본부가 오펏 공군 기지에 주둔해 있다.

호텔 조식을 일찍 끝낸 우리는 Sioux City(아이오아주)를 지나 사우스다코타 배드랜드(Badlands)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입장료 30달러를 내고 피나클스 전망대(Over Look)에 올라서니 갑자기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뾰족 봉우리들이 형형색색 자태를 뽐내고 있었지만 황량함 그 자체였다. 흡사 시루떡처럼 가로로 지층을 이루고 있나 하면, 어떤 것은 마치 생선 내장이 흘러나온 느낌을 주기도 했다.

서울시 면적만큼 넓지만 수목이라곤 도저히 자랄 수 없는 이곳을 수족(Sioux) 인디언들도 마코시카(Mako Sica), 아주 나쁜 땅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곳은 그 특별한 황량함으로 영화 ‘늑대와의 춤’과 ‘황무지’가 촬영된 곳으로 유명하며, 지금도 많은 고대 동물들의 화석들이 출토되고 있어 지질학자들의 발길이 끓어지지 않고 있다.

사우스다코타에는 국립 공원이 2개 있다. 하나는 이 배드랜드이고 다른 하나는 러시모어산이다. 둘 다 블랙 힐스(Black Hills) 산지에 위치해 있다.

이 두 곳을 관광하려면 매년 8월 5일부터 15일까지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기간에는 모터사이클 랠리 참가 차 전국에서 오토바이 부대들이 집결하여 굉음을 동반한 트래픽이 심했다.

래피드(Rapid City)시에서 숙식한 우리는 블랙힐스산지의 숨은 보석, 주얼동굴(Jewel Cave National Monument)을 관람했다.

세계에서 2번째로 긴 225km 길이의 이 동굴은 크리스탈로 형성되어 있는데 아직 10%도 개발되지 않아 그 규모를 알수가 없다고 한다.

금광인 줄 알고 거금을 투자한 두 형제가 파산선고를 하자 더 이상 개인 소유를 원치 않는 주민들이 루즈벨트 대통령께 상소하여 1908년 국립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크레이지 호스 기념물의 1/34 크기의 모형과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기념물 전경.

오후에는 러시모어산에 있는 미국을 빛낸 4명의 대통령(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 얼굴이 새겨진 석상과 수우족 인디언의 대장군 ‘크레이지 호스’ 조각상을 관람했다.

러시모어산은 래피드시 남쪽에 위치한 산으로, 1,829m의 높이와 대부분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어 석상을 만들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가장 유명한 조각 기념물인 이 석상은 원래 네 명의 대통령의 상반신을 모두 나타내려는 것이었으나, 머리 부분만 완성된 채 예산 관계로 작업이 중단된 상태이다.

당초 의회 승인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상당히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인디언과의 협약을 어기며 빼앗은 이 땅은 수우족 인디언들에게 ‘6명의 할아버지들’이라고 알려진 성스러운 장소였고 수많은 종족들이 뭍힌 이 산이 미합중국 대통령을 조각한 기념물이 된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욕으로 간주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해서 러시모어 산 근처의 산 중턱에 거대한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 조각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수우족의 추장인 ‘크레이지 호스’는 당시 블랙힐스 일대에서 금이 발견되자 땅을 빼앗으려던 미합중국과 전쟁을 벌인 인물로, 특히 미국 역사에 전설적으로 남아 있는 리틀빅혼(Little Big Horn) 전투에서 커스터 중령이 이끄는 제7기병대 전원을 몰살시킨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말을 탄 인디언 전사가 손가락으로 먼 곳을 가리키고 있는 모습으로 만들어질 크레이지 호스 조각상은 러쉬모어를 조각할 때 조수로 일한적 있는 폴란드 이민자 출신 조각가 코자크 지올코브스키에 의해 1948년 6월 3일 시작되었다.

170m가 넘는 거대한 크레이지 호스의 상 크기를 상상하려면, 말 얼굴은 22층 빌딩 높이이고 사람의 콧 구멍 한 개에 집 다섯 채가 들어갈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이 거대한 석상이 완성되는 것을 보려면 앞으로 100년이 지나야 가능하다고 하니 우리 생애에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현재 라코타 인디언들은 지올코브스키 부인과 자손들과 함께 ‘크레이지 호스 재단’을 설립하고 후원금과 관광 수입금으로 인디언 대학을 설립할 예정이다.

계획한 관광을 다 끝낸 우리는 위스콘신 주 최대 도시인 밀워키를 둘러 본 후, 집으로 곧장 달려왔다. 우리가 이번 자동차 여행에서 멈추거나 지나친 주는 모두 14개 주로 순서대로 배열하면 다음과 같다.

테네시, 켄터키, 미주리, 캔사스, 아이오아, 네브라스카, 사우스다코타, 미네소타, 위스콘신, 일리노이즈, 인디애나, 오하이오, 펜실베니아, 메릴랜드 등이다.

자녀들이 크레이지 호스 조각을 시작한 아버지 코자크 지올코브스키가 평소 노트에 그려놨던 각종 동물들을 동판으로 새겨 박물관 게이트에 붙여놨다.

코로나 시대, 물류대란을 말해주듯 도로에는 대형 트레일러로 꽉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