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내부 온도는 22°C~24°C. 장시간 탑승하다 보면, 추위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종종 자신의 좌석 위쪽에서 찬 공기를 내뿜는 에어컨 송풍구를 닫고는 한다.
하지만 담요를 덮을지언정 건강을 위해선 머리 위 송풍구를 닫으면 안 된다고, 지난 27일 여행 전문 잡지 ‘트래블앤레저(Travel+Leisure)’가 권고했다.
이유는 이렇다. 그 작은 송풍구에서 나오는 바람이 병을 유발할 수 있는 미생물에 승객이 접촉되는 가능성을 크게 낮추기 때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레이 메디컬 센터의 응급의학과 교수이자 전염병 전문가인 마크 장드로 교수는 “비행기 에어컨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이 많은데, 사실 그렇지 않다”며 비행기 에어컨의 이점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비행기 에어컨 송풍구는 2000~300명의 탑승객이 호흡하면서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를 밖으로 빼내고, 바깥 공기를 기내로 유입하여 기내 공기 순환을 돕는 역할을 한다.
많은 사람은 기내 공기가 앞 → 뒤, 또는 뒤 → 앞과 같이 한 방향으로 흐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공기가 배출되고 유입되는 구역이 기내 곳곳에 있다.
장드로 교수는 “한 사람이 마시는 공기는 그 사람이 앉은 열(列)을 기준으로, 앞뒤 좌석 2~5열의 공간에서 순환된 것”이며, “2~5열마다 이런 공기 배출·유입 구역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 구역의 승객 머리 위에 있는 노즐은 기내 공기를 유입해 창문 틈, 또는 기내 벽과 바닥이 만나는 틈새를 통해 내보내며, 이 공기는 신선한 바깥 공기와 합쳐져 먼지와 미생물을 고효율로 여과하는 헤파(HEPA) 필터를 거쳐 다시 기내에 유입된다.
따라서 기내에서 승객이 들이마시는 공기의 50%는 이렇게 배출됐다가 다시 유입된 공기이고, 나머지 50%는 비행기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이런 공기 여과·통풍 체계는 애초 기내 흡연이 허용됐던 시절에 설계됐지만, 공기 중 먼지와 미생물의 99%가 헤파 필터로 제거되기 때문에 지금도 공기 중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일반 감기나 상부 호흡기 감염과 같은 바이러스는 그 크기가 크고 무겁기도 해 바닥으로 잘 떨어진다. 하지만 결핵이나 홍역 바이러스는 결핵균이 들어 있는 작은 입자인 비말핵(droplet nuclei)으로 퍼지며 공기 중에 다섯 시간이나 떠다닐 수 있다. 따라서 승객들이 춥다고 저마다 에어컨 송풍구를 닫으면 이런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여과되지 못하고 기내에 계속 머무르게 된다.
또 기내에선 습도도 낮아 점막이 금세 건조해진다. 점막이 건조하면 바이러스와의 접촉도 쉬워진다. 따라서 감기보다 더 큰 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비행 중엔 에어컨 송풍구를 열어놔 공기를 계속 순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