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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북> 탈 원전과 뉴욕 주민들의  전기요금 폭탄

 

2월에 기자가 받은 전기요금 고지서. 256kwh 사용, 55달러 26센트를 부과 받았다. 1월에는 290kwh, 63달러를 납부했다.

‘55 달러 79센트’ PSENG가 뉴저지 레오니아 우리집에  보내온 이번달 청구서다.  전기와 가스를 합친 월 사용료다.  지난달에는 68달러가 나와 깜짝 놀랐었는데 이번 달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견딜만한 요금이다.  

하지만 대다수 뉴욕 주민들에게 이번달 발행된 전기요금 고지서는 충격 그 자체였다. 

콘 에디슨사로부터 전기 공급을 받는 뉴욕 시민들에게 이번달  평소보다 최소 2배에서 최대 4배가량 높은 요금을 담은 고지서가 배송됐기 때문이다. 

 퀸즈 롱아일랜드시티에서  방 3개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의 경우 평소 260달러 가량의 전기요금을 납부했는데 지난달 전기요금 746달러 였기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고지서를 열어봤을 때 처음엔 오류가 있는 줄 알았다”며 “심지어 1월에는 며칠간 집을 비우기도 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고 했다

 맨하탄 원베드룸에 거주하는 또 다른 친구도 요금 폭탄 피해자(?)였다.  겨울에 아무리 써도 200 달러 안팎이었는데 이번 달 400달러 조금 넘은 고지서를 받고선 처음엔 미터기를 의심했단다. 뉴욕 전기세가 원래도 저렴한건 아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똑순이인 친구는 콘에디슨에 따져보기로 했다. 

수십 차례 시도 끝에 전화 연결이 됐으나 돌아 온 대답은 “회사 측 요금 부과는 오류가 없고고 당신이 쓴 만큼 나온 것이니 기한 내에 납부하라”는 상담사의 말 뿐이었단다.

 친구는  ‘F’로 시작하는 말이 목까지 치밀어 올랐다며 뉴저지에 거주하는 내게 이번 달 전기요금을 물어왔다. 

 허드슨 강을 사이에 둔 맨하탄의 그녀와 뉴저지의 내 전기요금은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결론 부터 말하면 뉴욕의 전기료 폭탄은 ‘탈원전’의 결과이고 뉴저지의 전기료 솜사탕은 ‘원전가동’의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뉴욕시 주요 전력공급 업체 콘에디슨에 따르면 kWh당 기본 전기료가 지난 연말 최대 20센트에서 현재 40센트로 두 배 올랐다. 여기에 전기 사용량과 시간대에 따라 누진율이 적용돼 3~4배의 ‘전기료 폭탄’이 터지고 있다. 

 전기료 급등의 직접적 이유는 뉴욕 발전원의 75%를 차지하는 천연가스 가격이 최근 90%나 올랐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셰일가스 등 화석연료 관련 보조금을 폐지한 데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로 세계 가스값이 크게 올랐다. 

 그러면서 주요 언론들은 폭탄 전기요금의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뉴욕의 탈(脫)원전 정책을 지적한다. 뉴욕시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원자력 발전에 의존했다. 맨해튼 북쪽으로 60㎞ 떨어진 ‘인디언 포인트’ 원전 3기가 59년간 가동됐는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민주당과 환경단체가 밀어붙인 결과 지난해까지 모두 멈춰 세웠다. 

대서양을 끼고 있는 뉴욕은 풍부한 수력·풍력·태양광 발전을 대안으로 내세웠지만, 원전만큼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그 공백을 화석연료인 천연가스가 메우게 됐다. 가스 발전 탓에 뉴욕주의 탄소 배출량은 2019년 2400만t에서 2021년 2850만t으로 되레 늘어났다. 뉴욕 매거진은 “탈원전과 녹색 경제는 같이 갈 수 없는 명제”라고 했다.

그런데 뉴욕시에서 서쪽 허드슨강을 건너 차로 10여 분 떨어진 뉴저지주의 이야기는 다르다. 

우리집 만 아니라 투베드룸 아파트에 사는 신혼인  친구는 이번 달 전기료로 51달러를 납부했다.  전기로 취사와 난방을 하는 비슷한 크기의 주상복합도 200달러를 넘지 않는다. 

 현재 뉴저지의 kWh당 전기료는 13센트로, 뉴욕의 3분의 1이 안 된다. 뉴저지 최대 전력업체 PSEG는 지난해 여름부터 “생산 단가를 절감했다”며 가정용 전기료를 소폭 인하했다. 뉴저지는 전력의 70%를 원전에서 공급받는다. 원래 천연가스와 원자력 비중이 반반이었는데,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맞추려 최근 가스 비중을 크게 줄였다. 뉴저지도 한때 탈원전을 검토했으나 “원전을 없애면 화석연료 의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주민들 반대로 ‘호프 크릭’ 등 원전 3기를 그대로 가동했다. 

 뉴저지주 정부는 올해부터 연 3억달러의 원전 산업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2018년 폐쇄한 뉴저지주  포크 리버 강 연안 레이시 타운쉽의  ‘오이스터 크릭’ 원전 터에 차세대 원전인 SMR(소형모듈원전)-160 원자로를 신규 건설키로 지난 1월 결정했다. 

 최근 뉴욕주와 뉴저지 사이의 극단적 전기요금 사례를 목도한 타 주들은 원전 수명 연장과 재가동, 소형 원전 도입 등을 검토하는 분위기이다. 캘리포니아주도 2050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려던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즈는 보도한 바 있다. 

 탈원전 그 발상의 출발은 좋다. 하지만 미국이든 한국이든 탈원전 정책이 현단계에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한다.  

뉴욕 안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