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낳는 일이 여전히 위험하다? 고령 임신 늘고 ‘분만 의사’ 줄어드는 한국
의료기술이 크게 발전한 지금, 많은 사람들은 출산을 비교적 안전한 의료 과정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출산은 예상하지 못한 대량 출혈이나 혈전·색전증, 고혈압성 합병증 등으로 상황이 순식간에 바뀔 수 있는 의료행위이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고령·고위험 임신이 늘고 있는 반면, 실제 분만을 담당하는 산과 의료진과 의료기관 부족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출산율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아기를 낳기로 결정한 여성이 언제 어디서든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느냐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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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모성 사망 지표가 크게 상승
최근 발표된 2025년 사망원인 통계에서는 임신·출산과 관련한 모성 사망 지표가 눈에 띄었습니다.
보도된 통계에 따르면 출생아 10만 명당 모성 사망비가 27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의 17명과 비교하면 약 59% 증가한 수준입니다.
2016년 28명 이후 9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습니다.
다만 한 해 수치가 크게 상승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장기적인 악화 추세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모성 사망은 절대적인 발생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해마다 수치 변동이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의료 수준이 높아진 한국에서 임신·출산 과정의 예방 가능한 사망을 어떻게 더 줄일 것인가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모성 사망’은 단순히 분만실에서 사망했다는 뜻일까?
모성 사망이라고 하면 흔히 아기를 낳는 순간 발생한 사망만 떠올리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합병증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심각한 출혈과 임신중독증으로 알려진 고혈압성 질환, 혈전·색전증, 감염 등이 있습니다.
따라서 안전한 출산을 위해서는 분만실만 준비돼 있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응급수술과 수혈, 마취, 중환자 치료 등이 신속하게 연결되는 의료체계가 필요합니다.
가장 두려운 응급상황 중 하나 ‘산후출혈’
출산과 관련해 특히 중요한 응급상황 가운데 하나가 산후출혈입니다.
출산 후 어느 정도 출혈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출혈량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산모의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상황이 매우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산모가 괜찮아 보이더라도 출혈이 계속되면 짧은 시간 안에 응급수혈이나 수술 등이 필요한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산후출혈에서는 무엇보다 조기 발견과 신속한 대응이 중요합니다.
산후출혈은 왜 생길까요?
원인은 다양합니다.
출산 후 자궁이 충분히 수축하지 못하는 자궁무력증이 대표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태반 일부가 자궁 안에 남아 있거나 산도에 손상이 생겨 출혈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혈액응고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상황은 출산 전에 위험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모든 출혈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출산을 담당하는 의료기관의 응급대응 능력이 중요합니다.
35세 이상 임신이 크게 늘었습니다
한국 출산 환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변화가 산모 연령 상승입니다.
보도된 2025년 통계에서는 35세 이상 산모에게서 태어난 출생아의 비중이 약 **37%**에 달했습니다.
이제 35세 이상 임신은 특별히 드문 일이 아닙니다.
다만 의학적으로는 산모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일부 임신 합병증 위험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35세 이상이면 위험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부분은 오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35세라는 숫자를 넘었다고 갑자기 위험한 임신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30대 후반이나 40대에도 건강하게 임신하고 출산하는 여성이 많습니다.
의학적으로 고령 임신이라는 기준을 사용하는 이유는 나이가 증가하면서 통계적으로 일부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실제 위험도는 나이뿐 아니라 기존 질환, 임신 상태, 태아 상태, 이전 출산 경험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달라집니다.
고령 임신에서 더 주의하는 질환
연령이 높아지면 임신성 고혈압이나 임신성 당뇨병 등 일부 합병증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태반과 관련된 문제나 제왕절개 가능성 등도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비만이나 고혈압, 당뇨 등 기존 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임신하는 경우라면 보다 세밀한 관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고령 임신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임신 전부터 자신의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적절한 산전관리를 받는 것입니다.
문제는 고위험 산모가 늘 때 의료체계도 따라가야 한다는 것
고령 임신 자체만 놓고 한국의 모성 사망 문제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고위험 임신이 늘어난다면 이를 뒷받침하는 의료체계도 함께 강화돼야 합니다.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산부인과 의사 한 명만 있다고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부인과뿐 아니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소아청소년과·신생아 진료팀, 응급의학과 등 여러 의료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대량 출혈이라면 충분한 혈액 확보와 응급수술 시스템도 중요합니다.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와 ‘산부인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거리에서 산부인과 간판을 발견했다고 그 병원에서 모두 아기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산부인과 진료 분야는 매우 넓습니다.
부인과 질환이나 여성검진, 난임, 갱년기 등을 주로 진료하면서 분만은 하지 않는 의료기관도 많습니다.
따라서 임신부에게 중요한 것은 주변에 산부인과가 몇 곳 있느냐만이 아닙니다.
실제로 24시간 분만과 응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왜 분만을 담당하는 의사가 부족해질까요?
분만 의료가 어려운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우선 분만은 시간표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한밤중이나 새벽, 주말과 공휴일에도 응급 제왕절개나 출혈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24시간 의료진과 시설을 유지해야 합니다.
분만실 하나만 운영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안전한 분만을 위해서는 산부인과 의사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간호인력과 마취 인력, 응급수술실, 검사시설 등이 필요하고 신생아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즉각 대응할 소아·신생아 의료진도 필요합니다.
고위험 임신을 담당하는 병원이라면 더 많은 인력과 시설이 필요합니다.
결국 분만 건수가 많지 않은 지역에서도 이런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발생합니다.
의료분쟁 부담도 산과 기피 이유로 거론됩니다
분만은 정상적으로 진행되다가도 예상하지 못한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산모뿐 아니라 신생아의 생명과 장애 문제까지 관련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료진과 가족 모두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높은 의료분쟁 위험과 배상 부담 등이 젊은 의사들이 산과를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반면 환자 입장에서는 출산 과정에서 의료과실로 피해를 입었다면 적절한 설명과 보상·구제 절차가 보장돼야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의료진의 책임을 줄이는 문제라기보다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필수의료 인력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보상·분쟁조정 체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입니다.
지방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병원이 많기 때문에 분만 의료기관 부족 문제를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상황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분만 가능한 병원이 없는 지역에서는 임신부가 정기검진과 출산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장거리 이동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평소에는 이동할 수 있어도 갑작스러운 진통이나 출혈 같은 응급상황에서는 이동시간 자체가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특히 고위험 임신부라면 집에서 병원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야간에도 응급진료가 가능한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신부라면 출산 전에 이것만은 확인하세요
출산 예정일만 기다리는 것보다 응급상황에 대비한 계획을 미리 세워두는 것이 좋습니다.
① 출산할 병원이 24시간 분만에 대응하는지
② 응급 제왕절개가 가능한지
③ 대량 출혈 발생 시 수혈과 수술 대응이 가능한지
④ 고위험 임신이라면 상급병원으로 전원하는 체계가 있는지
⑤ 신생아 응급상황에 대응할 의료진과 시설이 있는지
등을 담당 의료진에게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고위험 임신으로 분류된 경우라면 자신의 상태에 적합한 분만기관을 미리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신 중 이런 증상은 그냥 기다리지 마세요
임신 중 출혈이 발생하거나 심한 복통이 지속된다면 의료진에게 확인받는 것이 좋습니다.
심한 두통이나 시야 이상, 갑작스러운 부종 등이 나타나는 경우도 임신성 고혈압 질환과 관련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태동이 평소보다 현저히 감소하거나 양수가 터진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에도 의료기관에 연락하는 것이 좋습니다.
증상이 심하거나 갑작스럽다면 인터넷에서 원인을 찾느라 시간을 보내기보다 출산 예정 의료기관이나 응급의료기관에 연락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출산 후에도 위험신호가 있습니다
아기를 낳았다고 모든 위험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출산 후에도 출혈과 감염, 혈전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출혈이 매우 많거나 큰 혈괴가 계속 나오면서 어지럽고 기운이 빠지는 경우, 실신할 것 같은 느낌이 들거나 호흡곤란·가슴통증 등이 발생한다면 신속한 의료평가가 필요합니다.
심한 두통이나 시야 이상 등이 출산 후 나타나는 경우에도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출산율만큼 중요한 ‘안전하게 낳을 권리’
한국 사회에서는 오랫동안 저출산 문제가 강조돼 왔습니다.
하지만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과 함께 반드시 따라가야 하는 것이 임신한 여성이 안전하게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의료환경입니다.
아기를 낳으라고 권하면서 정작 가까운 곳에 분만 가능한 병원이 없거나, 응급상황에 대응할 의료진이 부족하다면 출산에 대한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고령·고위험 임신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산과 의료체계의 중요성이 오히려 더 커집니다.
산과 의사가 사라지면 결국 피해는 임신부에게 돌아갑니다
분만 의료는 평상시에는 그 중요성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산후출혈처럼 몇 분, 몇십 분의 대응 차이가 중요한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산과 의료는 단순히 병원이 수익성을 따져 운영하는 일반적인 의료서비스만으로 바라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지역별 분만 의료기관 유지, 고위험 산모 치료센터 확충, 응급전원 체계, 의료진 확보와 적절한 보상, 의료분쟁 제도 개선 등이 함께 논의돼야 합니다.
아기를 많이 낳는 사회를 만드는 것만큼, 임신한 여성이 안심하고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먼저일지도 모릅니다.
※ 이 글은 임신·출산 및 모성 건강에 관한 일반적인 건강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내용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임신 중 또는 출산 후 심한 출혈, 호흡곤란, 가슴통증, 심한 복통, 의식 변화 등 응급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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