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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팬덤(fandom)현상의 허실(虛失)

왕이 통치하는 영역을 킹덤(kingdom)이라 하고 스타의 반열에 오른 자들의 세계를 스타덤(stardom)이라 하듯이, 어떤 특정인이나 단체나 이념을 지지하는 자들의 모임을 일컬어 팬덤(fandom)이라고 합니다. 어느 나라에나 팬덤현상이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팬덤현상이 유별나다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팬덤현상은 특히 대중들의 인기를 먹고 산다고 할 수 있는 연예인들과 정치인들에게 두드러지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팬덤현상은 지속성이나 일관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실(實)이 있는 반면 허(虛)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팬덤현상의 허실(虛失)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초대교회 시절에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사도행전 5장에 기록되어 있는 사건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처형되시자 실의에 빠져 각기 흩어져 옛 직업으로 돌아갔던 제자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목격한 후 용기를 얻어 담대하게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전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으며, 병자들이 고침을 받고 귀신들이 쫓겨나는 희한한 기적들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대제사장과 그 일파인 사두개인들이 마음에 시기심이 가득하여 사도들을 잡아다가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그런데 밤중에 주의 사자가 옥문을 열고 그들을 끌어내면서 성전에 서서 생명의 말씀을 백성에게 전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사도들이 새벽에 성전에 들어가서 말씀을 전했습니다. 결국 그들은 다시 잡혀 와 공회 앞에 서게 됩니다. 그 당시 이스라엘 공회는 사법권, 입법권, 행정권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권부(權府)로서 절대적인 권세를 행사하고 있었습니다. 이토록 서슬이 퍼런 공회 앞에 서서 심문을 받는 중에도 제자들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사람보다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 마땅하니라...우리는 이 일에 증인이요 하나님이 자기에게 순종하는 사람들에게 주신 성령도 그러하니라”고 하면서 자신들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담담하게 피력했습니다. 이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른 공회원들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대로(大怒)하며 아예 이참에 그들을 죽이기로 마음을 굳힙니다.



바로 이때 온 백성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던 율법교사 가말리엘이 일어나 일단 사도들을 잠깐 밖으로 내보게 한 후 공회원들에게 이들을 죽이는 일에 신중을 기하라고 하면서 역사적인 사건들을 들어 조언을 합니다. 전에 드다라는 자가 일어나 자신을 대단한 자로 스스로 추켜세우자 약 400명이나 그를 따랐지만 그가 죽임을 당하자 모두 뿔뿔이 흩어진 일이 있었고, 또 그 후 호적할 때에 갈릴리 출신 유다라는 자가 일어나 백성을 꾀어 자기를 따르게 하더니 그가 망하자 추종자들이 다 흩어진 일이 있었다는 구체적인 역사적 사례들을 먼저 상기시킵니다. 그런 후 이어서 말하기를, 만일 이들의 사상과 소행이 사람으로부터 났으면 무너질 것이요, 만일 하나님께로부터 났으면 너희가 그들을 무너뜨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하나님을 대적하는 자가 될까 우려스럽다고 했습니다. 신앙인의 입장에서 도저히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없는 노련한 대학자의 조언에 공회원들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긴 하나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공회원들은 궁여지책으로 사도들을 불러들여 채찍질하며 다시는 예수의 이름으로 말하지 말라고 엄히 함구령을 내린 후 놓아주었습니다.

예수님 당시 샴마이 학파와 함께 양대산맥을 이루었던 힐렐학파의 대부이며 사도 바울의 스승이기도 했던 대학자 가말리엘은 이 사건과 관련해 소위 ‘팬덤현상’의 허실을 가감 없이 정확하게 지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정치인이나 연예인에게 ‘입덕’을 하면서 팬이 되는 현상이 너무나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어느 누군가에게 입덕을 하지 않으면 소외감을 느낄 정도로 도를 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요즘은 야권의 모 정치인을 지지하는 ‘개딸’(개혁의 딸)이라는 좀 듣기 거북한 말도 자주 듣게 됩니다. ‘~사모’니 ‘~빠’와 같은 팬덤그룹은 이제 일상적인 용어가 된 지 오래입니다. 한국에서 기승을 부리는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유투버들로 인해 팬던현상은 극단으로 치닫는 우려스러운 현상도 목도하게 됩니다. 이들 가운데는 팩트와는 동떨어진 선정적이고 유치찬란한 내용으로 조회수를 늘여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치사찬란한 엉터리들도 많이 있습니다.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는 좌우(진보·보수), 동서(영호남), 남녀(패미니즘), 노소(이대남, 이대녀)를 갈라치기하고 적대관계와 극혐현상을 양산하고 확대재생산함으로써 나라와 국민을 산산조각 찢어발겨 봉합조차 어렵게 하는 중대한 과오를 범하기도 합니다.

‘자기분화’(自己分化, Differentiation of Self)라는 상담이론이 있습니다. 보웬(Murray Bowen)이 주창한 이론으로서 이성(Thinking)과 감정(Feeling)을 분리해야 성숙한 자아를 형성해나갈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이성과 감정이 적절하게 분리되지 않고 융합(fusion)되어 뒤엉켜버리면 자칫 감정에 휘둘릴 위험성이 농후해지며, 따라서 대인관계나 어떤 구체적인 사안을 처리할 때 역기능적인 면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지적 체계와 정서적 체계의 기능이 분리되어야만 감정과 사고 기능의 분화가 가능하며, 그럴 때 어떤 대상에 대하여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사고와 판단이 가능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성과 감정의 융합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이 바로 ‘내로남불’입니다. 남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할 때는 합리화하는 태도를 이르는, 마치 사자성어 같은 이 말은 한국어만이 표현할 수 있는 매우 함축적인 말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균형적인 시선을 가지는 것이 성숙한 자의 태도입니다. 어쩔 수 없이 팔이 안으로 굽고 제 식구를 감싸야 할 상황이 되더라도 적어도 판단만큼은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태도를 가질 때 나라와 사회와 교회와 가정과 모든 단체 안의 문제들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온 국민에게 존경받았던 교법사 가말리엘이 우리에게 보여준 교훈이 바로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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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의 내용은 본 신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