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다만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박항서 감독(61)의 어록이다. ‘코로나19’가 모든 스포츠까지 멈추게 한 요즘, 그는 이 코로나 시국을 기회로 삼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와 코치진 회의에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사업체 영업 중단이나 또 그로 인한 실직으로 ‘집콕’해야 하는 비상사태이지만 워싱턴 동포사회에서도 박항서처럼 그 위기를 호기로 만들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았으면 하는 뜻으로 소개해 드린다.
▼ 모두들 ‘집콕’하고 있는 동안 가장 바쁜 사람들은 아마 열심히 ‘사랑나눔’ 봉사를 펼치고 있는 단체장들일 것이다. 물론 강 건너 남의 일인양 손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단체장들도 많지만 몇몇 단체장들은 동포 한 명이라도 더 혜택을 받게끔 팔을 걷어부치고 뛰어다니고 있다. 자칫 단체가 침체에 빠질 수 있는 위기에 호기를 놓치지 않고 동포사회와 더 가깝게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 미국인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한국식 찜질방 센터빌 스파월드(대표 이상건)에서는 지금 내부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북버지니아 일원 두 곳(알렉산드리아, 챈틸리)에서 경쟁 업체들이 개업을 위해 공사 중이고 하여 내부 수리를 벼르고 있었는데, 마침 비 필수업종으로 문을 닫은 김에 공사에 들어간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 애난데일 청사포 식당(대표 이성룡)은 색다른 메뉴로 한인들뿐 아니라 다민족의 입맛을 잡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새 메뉴에 맞는 분위기로 바꾸고자 지금 내부 수리 중이다. 웬만한 공사는 자신과 일이 줄어든 종업원을 자르지 않고 같이 하면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메뉴는 비공개이지만 아시안들과 건강식을 찾는 미주류 고객들을 겨냥하고 있다. 시루와 죽이야기, 눈꽃빙수, 핫도그, 잔치음식 등으로 항상 새로운 음식 세계에 도전하는 이성룡 사장이다.
▼ 최근까지 일식집에서 일한 정 모씨는 실직을 당하자 이번 기회에 창업할 계획을 세우고 집에서 메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튜브로 퓨전 메뉴 공부를 하면서 다양한 퓨전 일식을 시도하느라 해가 지는지, 밤이 오는 지도 모를 정도이다.
▼ 한중식에서 일했던 김 모씨도 마찬가지이다. 경력 5년 차, 이제 주방장으로 다시 취직하기 위해 요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의 집 부엌 스토브가 쉴 틈이 없다고 한다. 그는 “맛있다는 소문이 나서 새로 일할 식당이 대박이 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 센터빌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오 모씨도 요즘 ‘처음처럼’으로 돌아가 미용공부에 열공하고 있다. 이 집콕 기간은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고 그때부터는 그동안 머리 손질하지 못한 고객으로 터져 나갈 것에 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같이 일하는 미용사들과 함께 잡지나 유튜브로 최신 유행 헤어스타일을 공부하면서 가끔 미용실에 나가 가게도 점검할 겸, 서로 실습도 해보고 있다고 한다.
▼ 세탁소를 운영하는 우 모씨, 그는 평소 미뤄왔던 카운터 공사를 하고 있다. 필수 사업체이라 영업할 수는 있지만 어차피 손님도 없고 하여 내친김에 내부 수리에 들어간 것이다. 놀면 뭐하나? 바닥 공사 등 웬만한 것은 직접하니까 애초의 견적 보다 훨씬 적게 들어간다고 자랑이다.
▼ 페어팩스에 거주하는 김 모씨 부부는 디씨에 있는 델리 가게를 임시 휴업한 후 집에서 이것저것 새로운 메뉴를 시도하고 있다. 집콕 기간을 그냥 소비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집에서 손주들도 봐 주면서 시도해보는 샌드위치들은 모아서 주위 지인들에게 맛 테스트하고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이다.
▼ ‘코로나19’ 전시상황에서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하이유에스코리아’ 신문도 제일 바쁜 그룹에 들어가지 않을까? 우리는 매일 오전 5시 30분쯤부터 하루가 시작된다. 한국 뉴스, 미국 코로나19 뉴스를 필터링 하느라 거의 쉴 틈이 없다. 그 덕분에 시카고 지사도 생기고, 구독자 수도 몇배 더 늘었다. 위기가 호기인 것이다.
Published on: Apr 18,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