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유에스코리아뉴스

강남중 칼럼

강남중 기자

강남중 대표 프로필


하이유에스코리아 대표, (사)재외동포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
전버지니아 한인회장, 전 워싱턴코리안뉴스 발행인 | acts29v2020@gmail.com



【정인아 미안해】생명존중이 없는 한 "제 2의 정인이 계속 나온다"

생후 1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정인이를 아동학대로 사망하게 한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날 법원 앞에는 수 백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어 분노를 표출했고, 검찰은 양모 장 씨에 대해 ‘살인죄’를 추가하고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온 국민들이 분노하고 슬퍼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는 아동학대범죄 처벌특례법 개정안인 일명 ‘정인이법’을 발 빠르게 통과시켰고,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나름데로의 해결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그 해결책이라는 것이 일정 기간 내 입양 취소와 아이 바꾸기를 제안한 것처럼 비춰져 야당과 관련 단체들로부터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대통령은 "입양 시스템의 오작동을 연구해보자"는 달을 가리키는데 국민들은 달은 보지 않고 지도자의 실수한 손가락만 쳐다보는 격이다.

그러나 과연 더욱 엄중해지는 법 개정 하나만으로 아동학대 범죄를 막을 수 있을까? 제2의 정인이가 나오지 않으려면 사회 전반적인 예방 시스템이 확립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생명 존중과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져야 한다.

정인이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양 시스템은 나름대로 미국 수준만큼 갖춰져 있었지만 아동학대 예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아이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세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이 시스템은 오작동을 했다. 아동학대 예방 시스템은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공조를 통해서 실천된다. 하지만 소아과 병원에서 112에 신고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관할 구청은 손을 놓고 있었고, 경찰은 안일하게 방치하여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이번 정인이 사건을 바라보면서 10개월 동안 배 안에 품고 엄청난 산통 속에서 낳은 아이에 대한 친부모 학대 행위도 빈번히 일어나는 세태에 비록 사회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뿐이지 계모·계부에 의한 아동학대는 다양한 연속선상에서 계속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지금 사람들은 정인이 사건을 비추어 현대판 '콩쥐팥쥐전'의 환생 이야기도 공공연히 하고 있다.

`장화홍련전`이나 `콩쥐팥쥐전`이라는 고전적 소설이 탄생했던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회의 원초적인 집단인 가정에는 이런 문제점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는 하늘의 도리로 맺어진 천륜(天倫)이기에 인위적 방법으로 하늘의 인연을 이어가기에는 많은 부작용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도덕은 점점 땅에 떨어지고 스트레스는 더 높아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가족관계 파괴 사건은 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번 정인이 사건은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착각하여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어린 생명에 대한 존엄성 파괴 행위이다. 그래서 천인공노(天人共怒) 한다는 표현까지 나오는 것이다. 천인공노란 말 그대로 하늘과 사람이 함께 분노(憤怒) 한다는 뜻으로 여기서 하늘은 창조주 하나님을 뜻한다.

문제는 입양 단체에 정인이를 사랑으로 키우겠다고 약속한 양부모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데 있다. 그래서 사회 일각에서는 개신교에도 공분을 사고 있다. 정인이의 양 할아버지는 포항 모 교회의 담임목사이고, 양부모는 기독교 정신을 건학 이념으로 하는 유명한 H 대학교 대학원 출신이다는 사실이 SNS 상에 노출되면서다.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주었다는 천부인권(天賦人權) 중에서 첫 번째가 생명권이다. 예수 사랑을 믿는 신자라면, 더구나 말씀으로 양육하는 목사라면 인간 생명 존중을 몸소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어린 생명을 학대하고 이를 방조한 정인이 양부모 가족들을 보면서 내가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이다.

비록 갓난 아이일지라도 생명 존중과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지 않는 한 아무리 완벽한 대책을 세워도 제2의 정인이는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


Number Title Date
61
돈,시간, 에너지 낭비로 끝난 미주총연 상임이사회
2022.08.02
60
혹독한 겨울을 맞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허리띠 졸라 매야
2022.06.21
59
통합한지 1개월이 되도록 식물상태인 '미주총연 '
2022.03.11
58
[미주총연 대통합] 天無二日(천무이일), 국무이군(國無二君)이라 했지만…
2022.02.15
57
미주총연 분열 마침표 찍을 4자회동 제안, “좋은 의견이다”
2021.12.17
56
MZ 세대, 그들은 외계인 인가? … 그들의 표를 얻으려면?
2021.11.11
55
【표창장 위조사건】사실(事實)과 진실(眞實)의 차이, "우리는 '참'을 알기 원하고 있다"
2021.08.22
54
교민, 교포, 동포의 어감 차이 ...
2021.06.01
53
낱낱이 기록되는 동포사회 역사, “무섭지 않은가?”
2021.05.29
52
“통합 숙제 남기고 떠난 남문기 총회장” … 동포재단에 의한 ‘제3의 미주총연’ 나오기 전 숙제 풀어야
2021.04.01
51
“애틀랜타 총격 사건에 한국정부 침묵”…봇물같이 터지는 이수혁 대사에 대한 비판
2021.04.01
50
램지어 위안부 망언, “분노하는 동포사회 VS 침묵하는 한국사회”
2021.03.08
49
【정인아 미안해】생명존중이 없는 한 "제 2의 정인이 계속 나온다"
2021.01.23
48
[새해아침] 너에게 묻는다!
2021.01.02
47
[볼턴의 회고록] 8천만 한민족에게 배심감을 안겨준 '트럼프'
2020.06.20
46
미네소타 폭동과 미주동포사회의 안전 대책
2020.05.29
45
[정신대 이용수 할머니의 눈물] 당사자인 윤미향 당선자가 닦아줘야
2020.05.18
44
양당제로 다시 회귀한 21대 국회, 통합과 화합의 상생정치가 펼쳐지길
2020.04.19
43
[혹세무민하는 가짜뉴스] 같이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퍼 나르지 말아야
2020.02.28
42
"국민생명 vs 국민경제" 외줄타기 하는 정부...이참에 '안전불감증'까지 치유하자
2020.02.25
41
끝없는 욕망으로 인한 ‘인류재앙’, 막으려면 “인간과 자연의 아름다운 동거뿐이다”
2020.02.08
40
1988 탈주범 지강헌이 외쳤던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 그리고 2020
2020.01.24
39
송구영신(送舊迎新), 행복은 감사한 마음으로부터 온다.
2019.12.28
38
노인이 걸리기가 가장 쉬운 병은 탐욕(貪欲)
2019.11.13
37
[애난데일 '평화 소녀상' 제막...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평화'에는 진보·보수가 따로 없어야
2019.11.05
36
[정상이 아닌 한국교회, ‘신천지’ 신도는 30만 돌파] 회개와 대오각성의 “1907 평양대부흥운동이 다시 일어나야 할 때”
2019.11.05
35
보수·진보진영의 극한 대립, 미국동포사회도 혼란스럽다
2019.09.30
34
[승자의 저주를 안고 싸우는 한·일 무역전쟁] 이제는 양국 다 퇴로를 찾아야할 때
2019.08.01
33
[둘로 쪼개진 미주총연과 벌거벗은 임금님]
2019.07.17
32
세월호…아! 팽목항
2019.05.22
***** 칼럼의 내용은 본 신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