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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유에스코리아 대표, (사)재외동포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
전버지니아 한인회장, 전 워싱턴코리안뉴스 발행인 | acts29v2020@gmail.com



1988 탈주범 지강헌이 외쳤던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 그리고 2020

때는 1988년, 성공적으로 끝난 서울 올림픽으로 정치권이나 국민들 모두 들떠 있던 10월8일 서울 영등포교도소에서 충남 공주교도소로 이송 중이던 미결수 12명이 집단 탈주한다. 교도관으로부터 총기까지 뺏은 이들의 도주극은 9일 동안 서울 시내 이곳저곳에서 모두 경찰에 사살되거나 자살로 막을 내린다.
10월16일 그를 포함한 탈주범 4명은 서울 북가좌동의 한 가정집에서 6명의 가족들을 인질로 삼고 경찰과 대치하다가 자수, 자살, 사살되는 유혈극이 빚었다. "이제 마지막 순간이 왔다"고 느낀 그는 경찰에게 비지스의 ‘홀리데이’ 테이프를 요구하여 이 노래를 들으면서 깨진 유리로 자기 목을 그었고, 침투한 경찰은 그에게 총을 쏘았다. 그는 인질극을 벌이는 와중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항변했던 지강헌(35)이다.

지강헌은 그 당시 “돈 없고 권력 없이는 못 사는 게 이 사회다. 전경환의 형량이 나보다 적은 것은 말도 안 된다.”, “대한민국의 비리를 밝히겠다. 돈이 있으면 판검사도 살 수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리 법이 이렇다”라고 항변해 이후 굵직한 사건이 터질때마다 그가 남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전경환 씨는 비슷한 시기에 70억을 횡령했지만 2년만에 석방됐다.

내가 상습적으로 강도와 절도를 저질렀던 범죄자 지강헌 이야기를 꺼내든 것은 우리나라 사법제도에는 돈과 권력이 있는 자는 특혜를 받고, 돈과 권력이 없으면 중형을 받는 박탈감과 불평등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 나라를 좌우진영 둘로 쪼개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해를 넘기고 한 달이 지나간다.

범죄 유무를 떠나서 청소년들과 대학생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고, 돈 없고 빽 없는 국민들에게 상실감을 안겨주고 있는 조국 전 장관과 그의 가족에 대한 검찰 기소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나라 사법제도는 지강헌이 외쳤던 1988년도 당시나 32년 후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하지 않은 모습이다.

부인 정경심 교수가 꾸린 변호인은 14명이나 된다. 애초 18명의 변호사가 관여했었지만 그나마 줄여서 14명이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 등에다 대형 로펌 2개사가 포함된 초호화 변호인단이다. 이는 과거 전직대통령인 노무현 12명, 이명박 13명 보다 많고, 재벌그룹의 이재용 삼성부회장 13인 보다도 많다. 그리고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영장 심사에서는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이 모두 몇명인지는 모르지만 8명이 참석해 양보 없는 공방을 펼쳤다. 또한 청와대와 법무부 그리고 여당에서는 조국 수사를 막고 또 방어벽으로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

조국 일가족이 대단한 기득권 층으로서 이러한 보호를 받고 있지만, 조국을 지지하는 진영에서는 아마 이것을 기득권으로 보지 않고 방어 차원의 국민의 권리 행사로 보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단군 이래로 사회 기득권층은 한번도 교체되거나 제대로 개혁된 적이 없다. 이조시대의 양반계급에서부터 일제 강점기, 그리고 현재까지 한국 사회의 기득권층은 돌 같이 단단하다. 국민들은 이 단단한 돌을 깨려고 시도하는 문 대통령에게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가치는 "정의롭고 공정하고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만들기"이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지 않는 한 그런 세상은 없다. 오른손으로는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도 칼을 들이대어 달라고 하면서 왼손으로는 그 칼을 뺏어 버리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한 사법 적폐 청산은 물 건너가고 국민들의 지지는 실망으로 돌아설 것이다.

법률 소비자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민의 80%가량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동의하고 있다고 한다. 사법 제도의 진정한 개혁이 없다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세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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