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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국칼럼

강남중 기자

워싱턴 DC는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의 정치·행정 수도이다. 워싱턴 지역 동포사회 또한 이런 프레임에 벗어날 수 없어 한국 정치와 민감하게 서로 교차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에서부터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방미에 얽힌 일화를 중심으로 한미 간 풍습과 제도적 차이점을 매주 월,화 【리국 칼럼】으로 전해드린다. 필명인 리국 선생님은 재미 언론인으로 오랜기간 현장을 발로 뛰고 있는 기자이다.



"건배사는 동대문으로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 방미 일화


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취임 후 처음으로 2013년 5월 미국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6일 저녁 워싱턴 DC의 맨더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동포 간담회를 갖고 재외동포들의 관심사를 적극 챙기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은 해외 한인들에 대한 복수국적 허용 대상 확대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고 재외국민들의 편의 증진과 함께 2세 인재들의 모국 진출 문호를 더 개방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동포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는 박 대통령

이날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만찬을 겸해 열린 동포간담회에는 약 400명의 한인들이 참석했으며 윤병세 외교부장관,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 청와대의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조원동 경제수석, 이남기 홍보수석 등 대통령 수행단이 동석했다.


이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10분 특별기편으로 메릴랜드의 앤드류스 공군기지를 통해 워싱턴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마샬 의전장과 최영진 주미 한국 대사, 성 김 주한 미 대사 등과 린다 한 워싱턴 한인연합회장, 유진철 미주한인회총연합회장, 김영호 민주평통 북미주 부의장, 홍희경 워싱턴 평통 회장이 영접했다.


박 대통령이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내려 영접나온 인사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박 대통령은 곧바로 이동해 알링턴 국립묘지와 한국전참전기념공원에 헌화하며 워싱턴에서의 일정을 시작했다. 7일에는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과 오찬 회담을 갖고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박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2박3일 체류하는 동안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Blair House)'에 머물었다.


동포간담회가 열린 맨더린 오리엔탈 호텔

# 2시간 전부터 줄 서기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을 맞는 워싱턴 동포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박근혜 대통령 동포 간담회가 열린 DC 맨더린 오리엔탈 호텔 그랜드 볼룸에는 오후 5시부터 참석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초청자들은 영사과에서 마련한 부스에서 아이디를 제출해 신원확인을 한 후 행사장인 지하 1층으로 내려가 다시 그랜드 볼룸 입구에서 한미 경호팀이 설치한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후 입장할 수 있었다.

동포간담회에 참석하는 한인들이 접수대에서 신분 확인을 하고 있다.



# 화동들 꽃 전달

6시쯤에는 대부분 입장이 완료됐다. 참석자들은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시간들을 보냈으며 행사 10분 전에는 대통령 수행원들이 입장했다. 박 대통령은 7시03분 한미 경호팀과 최영진 대사 등의 안내를 받으며 입장했다.

​그랜드볼룸 입구에는 화동 박세인 군(8)과 권채이 양(9)이 예쁜 한복을 입고 박 대통령을 기다리다 꽃을 전달했다. 두 화동은 한인 김영미 교장이 이끌고 있는 메릴랜드 웨이사이드 초등학교 학생들이다.


화동들로부터 꽃을 받는 박 대통령

​# 대통령의 패션

이날 박 대통령은 뉴욕 동포간담회와는 달리 한복 차림이 아닌 양복 정장 차림으로 등장했다. 단아한 한복 맵시를 기대했던 참석자들은 그러나 흰색에 가까운 아이보리 빛깔의 정장 패션도 너무 잘 어울린다며 서로 한마디씩 건넸다.

​한 참석자는 “육영수 여사의 우아함을 보는 듯하다”며 잠시 눈을 감고 감회에 젖는 모습이었다.

# 헤드 테이블엔 누가 앉았나

대통령이 앉는 헤드 테이블은 역대 동포간담회 때마다 서로 앉기 위해 신경전이 치열한 현장이기도 하다. 단체나 개인의 위상과 관련한 자존심이 걸린 것이었다.

​이번 행사는 과거와는 달리 라운드 테이블이 아닌 긴 회의용 테이블 방식으로 설치됐다. 박 대통령이 정면 중앙에 앉고 그 왼편으로는 김영호 민주평통 북미주 부의장이 앉고 오른편에는 유진철 미주한인회총연합회장이 자리했다.

​다시 왼편으로 시계방향으로 린다 한 워싱턴한인연합회장, 박충기 연방 특허청 행정판사, 김경은 아메리칸 대 학생, 박윤식 조지워싱턴대 교수, 마리사 천 연방 법무부 부차관보, 마크 김 버지니아주 하원의원, 박윤수 미주한인재단 명예회장, 최영진 주미대사, 남명호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코윈) 대표, 헬렌 정 마이크 혼다 연방하원의원 보좌관, 샘 윤 한인대표자회의 의장, 홍희경 워싱턴 평통 회장이 배석했다.


대통령을 제외하고도 무려 14명이 헤드 테이블을 차지한 것이다.



# 밀려난 지역 한인회장들


이번 대통령 방미행사에서 가장 서운한 표정이 역력한 이들은 지역 한인회장들. 홍일송 버지니아한인회장과 서재홍 수도권메릴랜드 한인회장은 공항 영접행사부터 동포간담회까지 철저히 배제됐다.

​종전에는 부부 동반으로 3개 한인회장과 평통회장, 미주총연 회장이 참석하는 게 관례였으나 이번에는 부부 동반도 사라지고 지역 한인회장들도 초청받지 못했다.

​간담회 헤드 테이블에는 지역 한인회장들 대신에 주류사회에서 활동하는 한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홍일송, 서재홍 회장은 2순위 자리로 밀려나고 말았다.


동포간담회장의 모습

# 좌석 배치와 수행원들

간담회 좌석은 대부분 지정석이 아닌 자유석이었다. 다만 주미대사관은 헤드 테이블 외에 앞자리의 몇 개 테이블은 지정석으로 정해 주요 초청자들을 배려했다. 지정석에는 한인들 외에 대통령 수행 장관과 청와대 비서진들을 골고루 섞어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배치했다.

​윤병세 외교장관과 조원동 경제수석은 태권도 원로 이준구 사범과 황원균 전 버지니아한인회장, 김향주 윌리엄스버그 파러리 회장 등과 같은 자리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수행단 중에 기업 대표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 대통령의 격려사

박 대통령의 격려사는 7시12분 시작됐다. 연단에는 프롬포터가 좌우로 설치됐으며 대통령의 말씀은 10여분간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서두에 지난 2007년 워싱턴을 방문했을 당시를 회고하면서 "갑자기 눈이 내려 두 시간이나 지각했는데 동포들이 끝까지 기다려 주셨다"며 "지난번 방미 때 제게 좋은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하셨고 제가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일본 우경화 문제를 언급하면서 "최근 워싱턴에서 뜻깊은 일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 억울하게 빼앗겼던 대한제국 주미공사관을 동포 여러분 노력으로 되찾게 됐다"며 "워싱턴 동포사회가 우리 역사를 바로 세워준 것을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공사관 건물 되찾기에 진력한 동포사회의 노력을 인정하고 치하한 것으로 의미 있는 발언이었다.


린다 한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 박 대통령 웃음 유발한 건배사

홍희경 평통 회장의 건배사는 이날 간담회의 백미였다. 대통령 격려사에 이어 건배제의를 맡은 홍 회장은 특유의 유머스러운 건배사로 장내 분위기를 훈훈하게 이끌었다.

​홍 회장은 “남대문의 새로운 증축을 맞아 건배사는 동대문으로 하겠다”면서 “풀어보면 동(동포사회)와 대(대통령님)은 하나, 문(문을 열고 새 시대)란 뜻”이라고 풀이했다.

​홍 회장의 선창에 따라 참석자들은 일제히 ‘동대문’을 외쳤으며 박 대통령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동대문’을 따라 외쳤다.


홍희경 평통 회장이 건배사를 하고 있다.



# 동포 3인의 질의

건배사 후 동포 3인이 대통령에게 질의하고 이에 답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질의자로는 최광희 미주총연 사무총장(전 메릴랜드한인회장), 이정아 PFC 에너지 애널리스트, 마이클 권 한인정치참여연대 대표가 선정돼 각각 재외동포정책과 전문직 비자 쿼터, 차세대 정치력 신장방안에 관해 물었다.

​박 대통령은 이에 일일이 답변하며 재외동포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다짐했다.

​# 공연과 만찬

행사 마지막은 축하공연이었다. 테너 심용석, 남성원, 유일과 바리톤 이광규, 김동근, 문기현, 소프라노 수잔 윌러, 메조 소프라노 장난주는 ‘조국 찬가’와 ‘그리운 금강산’, 라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를 깔끔하게 열창해 대미를 장식했다.

​공연 후 박 대통령과 일부 수행원들은 자리를 떴으며 만찬이 이어졌다. 만찬 메뉴는 샐러드와 안심 스테이크, 새우였으며 열대과일 사바랭이 후식으로 제공됐다.


박 대통령이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에서 헌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미 일간지에 환영광고

박근혜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을 환영하는 광고가 6일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일간지에 게재됐다.

​이날 워싱턴포스트는 6면과 7면 전면에 박 대통령의 방미와 한ㆍ미 동맹 6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 정부의 광고를 실었다. 뉴욕타임스(NYT)에도 7면 전면에 한글과 영어로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담긴 현대자동차의 광고가 실렸다.

​또 주요 한인 일간지에도 한인 단체들이 박 대통령을 환영하는 광고를 경쟁적으로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