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유에스코리아뉴스

리국칼럼

강남중 기자

워싱턴 DC는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의 정치·행정 수도이다. 워싱턴 지역 동포사회 또한 이런 프레임에 벗어날 수 없어 한국 정치와 민감하게 서로 교차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에서부터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방미에 얽힌 일화를 중심으로 한미 간 풍습과 제도적 차이점을 매주 월,화 【리국 칼럼】으로 전해드린다. 필명인 리국 선생님은 재미 언론인으로 오랜기간 현장을 발로 뛰고 있는 기자이다.



파격, 아이돌 스타급 환영: 문재인 대통령 워싱턴 방문 이모저모


문 대통령 환영을 나온 워싱턴 한인들이 백악관 인근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미 첫날부터 흐뭇한 화제를 뿌렸다.

6월28일(2017년) 오후 메릴랜드의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곧바로 장진호 전투 기념비 방문에 이어 저녁에는 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하는 등 2개의 공식 행사를 치렀다.

문 대통령과 한인들의 첫 만남은 ‘거리’에서 이뤄졌다. 행사장으로의 이동 틈틈이 문 대통령은 환영나간 워싱턴 한인들로부터 아이돌 스타 이상의 격한 환대를 받았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당시 동원된 환영객들은 있었지만 한인들이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간 지도자는 문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트랩을 내려오고 있다.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 문 대통령은 경호원들의 우려도 뒤로 하고 한인들에게 다가와 정겹게 손을 잡았다. 문 대통령과 한인들과의 비공식적인 첫 만남은 파격적이었다. 그리고 뜨거웠다.

# 콴티코로 달려간 한인들

오후 2시50분경 앤드류스 공항에서 간단한 영접행사를 마친 문 대통령 일행은 곧바로 버지니아 콴티코의 해병대 기지로 달려갔다.

이곳에서의 장진호 전투 기념비 방문행사는 문 대통령과 참전용사들과의 대화가 길어지면서 예정보다 40분 이상 늦게 끝이 났다.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에 들렀다 바로 백악관 인근에서 열리는 미 상공회의소 서밋에 참석해야 하는 일정 때문에 문 대통령 일행은 서둘러 현장을 떠났다.

장진호 전투 기념비 인근에서 한인들이 문 대통령을 환영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돌발 상황은 콴티코 기지를 벗어나오면서 발생했다. 30명 가까운 한인들이 문 대통령 일행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던 것이다.

문 대통령은 차를 세웠다. 검정 선글라스를 낀 경호원들이 차량을 둘러쌌다.

어리둥절해 하던 한인들 앞에 문 대통령이 양손을 흔들며 나타났다. 문 대통령의 예상 밖 행보에 한인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한인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악수를 건넸다.

환영나간 한인들은 믿기지 않는 듯 “와~ 세상에나!”를 연발했고 어떤 이는 “눈물이 난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버지니아 프레더릭스버그에서 온 박성희 씨는 “문 대통령이 콴티코에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비즈니스도 잠시 접어두고 나왔다”면서 “문 대통령이 그 바쁜 일정에도 일일이 손을 잡고 격려해주셨고 기념사진도 찍어줘 너무 감격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환영나온 한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콴티코 환영객들은 사람사는세상 워싱턴 회원들과 미시 USA 회원들로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왔다. 짧았지만 긴 여운을 남긴 시간이었다.



# 블레어 하우스 앞의 격한 만남

문 대통령 일행은 다시 블레어 하우스로 향했다. 백악관 길 건너편에 있는 블레어 하우스 앞에는 4시간 전부터 환영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백악관 앞에서 문 대통령을 환영하는 한인들.

사람사는세상 워싱턴이 주관한 이날 환영행사에는 회원 20여명과 일반 한인 등 100여명이 몰려들었다. 그 중에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6시간 버스를 타고 온 열렬 한인여성도 있었다.

문 대통령 일행은 앞서의 행사가 길어지면서 예상보다 1시간 가까이 늦게 모습을 나타냈다. 5시50분을 넘기면서 블레어 하우스 앞에 쳐놓은 대형 장막 안으로 문 대통령 일행의 차가 도착했다.

한인이 문 대통령 사진과 지지 글을 들어보이고 있다.

환영객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연호하며 박수를 쳤다. 잠시 후였다. 블레어 하우스에서 불과 30여미터 떨어진 길 건너 환영객들 앞으로 주영훈 청와대 경호실장이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주 경호실장은 “콴티코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바람에 문 대통령님께서 나오시기 어렵다”고 양해를 구했다. 문 대통령 특별수행원인 김경수 의원도 나와 인사를 건네고 주 실장과 블레어 하우스로 돌아갔다.

문 대통령이 블레어하우스에서 나와 환영나온 인파들에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다.

모두들 낙담해 하고 있을 무렵 문 대통령이 주 경호실장과 백악관 경호원들, 장하성 정책실장, 안민석 의원 등과 함께 한인들 앞으로 다가왔다. 문 대통령은 미소를 띠면서 앞줄의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맞추며 손을 잡았다.

한미 경호원들은 분주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카메라를 손으로 막고 시야 확보를 위해 국기를 흔드는 것도 제지했다. 불과 3-4분이었지만 환영객들 사이에서는 “대박”이란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버지니아 게인스빌에서 왔다는 정석구 씨는 “4시간 동안의 기다림이었지만 문 대통령께서 직접 다가와 인사를 하실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면서 “정말 감동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페이스북에 공개한 동영상에서 "앞으로 3일간의 숙소인 영빈관, 블레어 하우스에 도착해 잠시 숨을 돌리는데 바깥에서 환호와 박수 소리가 들린다"며 "몇 시간 전부터 기다렸다는 교포들은 직접 손으로 쓴 피켓을 들고 각지에서 왔다"고 전했다.

이어 "빡빡한 일정 탓에 대통령은 곧장 경제인 간담회장으로 출발해야 했지만, 저 뜨거운 함성을 듣고 어찌 그냥 가겠느냐"며 "한분 한분 가능한 많은 교민과 손을 잡고 눈을 맞췄다"고 했다.

청와대는 또 "열정 가득한 우리 교민들의 응원으로 큰 힘을 받았으니 방미 첫날의 많은 일정을 힘차고 또 순조롭게 해 나갈 것 같다. 고맙다"고 덧붙였다.




# 꽃길만 걷자

문 대통령을 맞은 한인들은 다양한 내용의 팻말을 들고 환영해 눈길을 끌었다.

콴티코의 한인들은 ‘대통령님 환영합니다(Welcome my president)’ ‘My President Moon' 외에도 '잘 하니깐, 잘 할거니깐, 잘 해야만 하니깐, 닥치고 지지’ 등 재치 있는 문구가 쓰인 손 팻말을 들고 문 대통령을 반겼다.

블레어 하우스 앞의 한인들도 한글과 영문으로 된 다양한 피켓을 들었다.

문 대통령의 별명인 ‘이니’를 활용한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so proud of you)’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문 대통령을 환영했다. '문재인 꽃길만 걷자' 등의 손 팻말을 든 한인들도 눈에 띄었다.

# 촛불 모임도 열려

이날 늦은 저녁 백악관 인근에서는 문 대통령을 위한 별도의 촛불환영 모임도 열렸다. 50여명의 ‘문재인 대통령을 환영하는 워싱턴 촛불 동포들’은 미 상공회의소에서 ‘한-미 비즈니스 서밋’이 열리고 있던 시간부터 문 대통령을 기다렸다.

이들은 “워싱턴에서도 꽃길만”, “We love Moon Jae-In”, “이게 다 문재인 덕분이다”, “Proud of my president”, "Moon rising in USA" 등 다양한 내용의 손팻말을 들어 눈길을 끌게 했다.

30여분 뒤 행사가 끝나고 문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나오자 한인들은 일제히 ‘문재인’을 연호하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들은 저녁 9시가 넘어 문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블레어 하우스 앞에서 촛불을 켜고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기원했다.
메릴랜드에서 온 김순영 씨는 “새 대통령이 당선되고 국격이 올라간 것 같다. 마중하러 나온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 보수인사들 집회도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9일 보수성향의 한인 30여명이 백악관 앞 시위를 통해 북한에 대한 강경정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회유정책은 히틀러에 통하지 않았고 김정은에게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영문 현수막과 함께 피켓을 들고 두 정상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북한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한미동맹은 중요하다’ ‘북한에 선제공격하라’ ‘문 대통령, 미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한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무료로 제공하는데 왜 그렇게 불만이 많은가’ ‘우리는 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공격하길 원한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시위는 낮 11시10분부터 시작됐으며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만찬이 시작되는 오후 6시까지 진행됐다. 시위에는 뉴저지, 필라델피아 한인들도 함께 했다.